[지름길 법문] 의두 요목
상태바
[지름길 법문] 의두 요목
  • 라도현 교도
  • 승인 2021.12.21 01:57
  • 호수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우의 지름길 법문6
라도현 교도<br>화정교당<br>
라도현
화정교당 교도

의두(疑頭)라는 것은 마음속으로 골똘히 의문을 갖게 만드는 공부거리입니다. <정전>에 의두란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 또는 부처와 조사의 화두(話頭) 가운데서 의심이 나는 것들’이라 하였는데, 우리의 의두요목은 대체로 선종(禪宗)의 화두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두라 하는 것은 격외법문(格外法門)이라고 해서 이른바 ‘틀(격식)을 벗어나 있는’ 말인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모든 논리(論理)가 끊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을 굴려도 그 의미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든 이치로써는 결코 답을 알 수가 없게 되어있습니다.

화두가 갖는 이러한 특징은, 화두란 본질적으로 진리(우리의 본성)를 깨치기 위한 수단인데, 궁극의 그 자리는 논리로써는 다다를 수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형식입니다.

『1. 세존(世尊)이 도솔천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이미 왕궁가에 내리시며, 모태 중에서 중생 제도하기를 마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2. 세존이 탄생하사 천상천하에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 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

〈정전〉 의두요목 맨 처음 나오는 질문들입니다. 만약 위 의두의 답을 알고 싶다고 인터넷을 찾아본다면 여러 가지 풀이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인들이 이러한 해석을 보고 이해가 가면 스스로 이들 의두의 해답을 알았다고 믿기가 쉬운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화두(의두)라는 것은 모든 논리가 단절된 말이기 때문에, 무언가로 화두를 해석해놓은 것들은 모두가 진실이 아니며, 그러한 것들은 되레 공부인에게 분별과 주착을 조장(助長)하는 말들입니다.

화두는 궁극의 진리(나의 본성)을 깨닫게 하는 의문이기 때문에, 어떤 화두든 참으로 그 답을 아는 순간은 곧 자기 자신의 본성을 깨치는 순간입니다. 그러므로 논리적인 설명으로 화두를 풀어서 세상 사람을 견성하게 해준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화두를 들고자 한다면, ‘아무런 사량(思量,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이나 분별(무언가 개념을 갖는 것)’이 없이 무작정 부딪쳐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곧장 들어가는 것이 화두를 잘 드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들어가고 또 들어가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이르면, 그야말로 막막한 절벽 끝에서, 칠흑과 같은 암담함 속에서, 불가사의하게 살아나오는 문이 열립니다. 이것이 화두타파의 순간이며, 자신의 본래면목을 깨치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한 번 화두를 타파하고 나면 그다음은 어떤 화두를 만나도 다 풀 수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진실로 견성을 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12월 24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