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는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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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라는 새로움
  • 전종만
  • 승인 2022.01.17 18:23
  • 호수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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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 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임인년 새해다. 나는 이미 오십 번이 넘는 새해를 맞이했지만, 새해가 올 때마다 새롭다.

방탄소년단(BTS)의 4집 앨범 곡 중에 jamais vu(미시감)라는 노래가 있다. 미시감은 실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듯 새롭게 느끼는 기억 착오를 말한다. 새해라는 미시감은 설레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동기를 부여하고 뭔가를 시작하게 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대부분 며칠을 넘기기 어렵다. 실행하지 못한 계획들을 묵혀두고 해가 지나가니 그것들은 다음 해에 다시 새로운 계획이 된다. 올해의 계획 대부분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새해마다 계획했던 것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산종사께서는 ‘새해의 새로움은 날에 있는 것이 아니요 우리의 마음에 있는 것’이며 ‘새 마음을 챙기면 늘 새날이요 새해며, 이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비록 새해가 와도 참다운 새해를 맞이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진정한 새로움은 새해, 새 직장, 새집과 같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새로움에 있다. 대산종사께서는 ‘새 마음 새 몸 새 생활로 새 사람이 되어 새 가정 새 나라 새 세계 새 회상 이룩하자’는 구호를 통해 새 마음이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점을 매일 되새기게 하였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에서는 ‘진실로 하루를 새롭게 할 수 있다면 나날을 새롭게 할 수 있고 또 날로 새로워진다(苟日新日日新又日新)’라고 했다. 은왕조의 시조인 탕왕은 반명(대야에 새겨 놓고 좌우명으로 삼은 문장)에 이 글귀를 새기고 군주인 자신부터 늘 새로워져야 한다며 매일 새로운 마음을 챙겨 실천에 옮겼다고 한다.

우리 원불교 교도들은 새해가 오면 그해의 공부법문을 받아 마음을 새롭게 한다. 올해는 핸드폰에서 원기107년 나의 공부법문을 클릭해서 받아 보는데 마음에 드는 법문이 나올 때까지 계속 클릭하며 법문을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문득 조과선사의 예화가 떠오른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백낙천은 항주 지역 태수로 부임하면서 당대의 고승으로 알려진 조과선사를 찾아가 삶의 지표로 간직할만한 말씀을 구한다. 선사는 諸惡莫行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아무리 작은 악일지라도 짓지 말고 모든 선한 일은 받들어 행하라.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열여섯 글자를 내려준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평범한 내용에 백낙천은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이야기 아니냐며 적잖이 실망한다. 조과선사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 이 내용이라며 일갈한다. 법문은 그 내용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이미 내게도 ‘항상 넉넉한 마음과 넉넉한 언행을 가질지니라’ ‘정성과 정성을 다하여 항상 심지가 요란하지 않게 하라’ 등 수년 전부터 받아 놓은 공부법문이 있지만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머릿속만 부유하고 있다.

법문은 실행으로 꽃을 피웠을 때 진정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주옥같은 법문이라도 머릿속에 박제되어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클릭해서 처음 나온 법문을 올해 자신의 공부법문으로 받들라는 것은 무슨 내용이든 실행에 방점을 두라는 의미일 것이다. 공자께서도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며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해의 새로움은 근사한 계획이나 생각이 아닌 실행에서 나온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 달.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시간.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지 되새겨본다.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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