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라는 거짓말
상태바
희망이라는 거짓말
  • 조상덕 교도
  • 승인 2022.01.17 18:25
  • 호수 12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역사가였던 토마스 풀러는 ‘위대한 희망이 위대한 인물을 만든다’고 하였다. 희망을 품은 자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자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시해야만 했던 종교적 목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매우 가치 중심적 인간이다.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지면 앞뒤 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치 중심 사고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매기는 가치로 인해 끊임없이 동력을 공급받는다는 뜻이다. 그럼 정말 나는 자가발전한 희망에 의해 지속해서 발전해 왔을까? 답은 ‘천만에’이다.

결혼 전 한참 잘나가던 시절, 누가 들어도 알 만한 회사에서 이직 권유가 왔다. 연봉, 직급 무엇 하나 지금 직장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없는 조건이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속한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이후 좋은 기회를 보기 좋게 걷어찼으니 충분히 원하는 일을 했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장 혹은 눈에 보이는 실리보다 미래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은 때로 반드시 인지해야만 하는 어떤 것을 잊게 한다. 앞선 사례를 예로 들면, 다국적 기업으로 이직을 멈추게 했던 것은 당시 내가 말했던 것처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고백하건대, 수준급으로 구사해야 하는 영어와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 같은 두려움을 인정하기는커녕 알아채지도 못했다. 습관처럼 ‘회사와의 의리’, ‘열정적인 업무 목표’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기저의 감정을 모른 척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희망’이라는 단어를 손쉽게 집어 든 모두에게 한 번쯤 묻고 싶다. 손아귀에 쥔 그 ‘희망’은 지금의 문제를 도망가기 위한 그럴듯한 핑계인지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이다.

1월 21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라도현 2022-01-20 22:37: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
기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