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 혼자만 잘하려고 하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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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너 혼자만 잘하려고 하지마라
  • 전종만
  • 승인 2022.02.15 10:58
  • 호수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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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 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 수원교당 교도
하나병원 원장

코로나의 창궐은 ‘공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던 우리는 낯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생하게 배우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통해 나와 타인의 삶이 서로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2년을 훌쩍 넘게 경험하고 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선택지는 공생이냐 공멸이냐의 문제다. 전산 종법사께서 원기107년의 수행표준으로 밝히신 대산종사의 10대 교훈 중 그 첫째가 ‘공생공영’이라는 점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일원 대도의 법륜은 혼자의 힘으로는 힘차게 굴리기 어렵다.
아타원 전팔근 종사는 경기여고를 다닐 때 성적표가 나오면 할아버지로 불렀던 소태산 대종사께 찾아가 보였다고 한다. 시골에서 명문 경기여고에 입학한 것도 대단한 데 성적까지 상위권이었으니 당연히 작은 상이라도 주지 않을까 기대하며 조실을 찾았다.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는 “너만 잘하려고 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은 가르쳐 주고 같이 잘해라”며 덤덤하게 말씀하실 뿐이었다. 처음에는 ‘경기여고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오는데 내가 더 노력해서 성적을 올려야지 무슨 말씀이신가’ 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칭찬을 받는 것이 오히려 나만 더 잘하려는 이기주의가 되고 다른 사람 잘하는 것을 시샘하게 만들까 봐 경계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너 혼자만 잘하려고 하지 마라.’ 소태산 대종사의 이 말씀은 평생의 지침이 됐다고 한다.
동물은 종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다. 흡혈박쥐는 병약한 동료가 있으면 다른 동물의 피를 입에 머금고 와서 먹여준다고 한다. 미어켓은 독수리나 매와 같은 천적이 나타나면 큰 소리로 울며 다른 미어켓에게 조심하라고 경고음을 보낸다.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은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DNA에는 서로 도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생공영의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그럼, 사람에게도 이런 이타적 유전자가 있을까.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를 할 때였다. 신생아실에서 아침마다 아기들의 발뒤꿈치에서 채혈을 하는데 한 아기가 아프다고 울면 울음은 삽시간에 전파돼 고요했던 신생아실은 금세 난장판이 된다. 사람 또한 위협을 감지하면 동료에게 큰 울음이나 비명으로 위험신호를 보내는 본능이 있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도 이미 서로를 위하는 공생의 코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공생공영을 하기 위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 안에 새겨진 이타적 유전자만 자연스럽게 발현해도 된다.
부처님께서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다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함께 베풀며 사는 삶을 강조하였다. 가진 것도 없는데 어떻게 베풀며 사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에게는 재산이 없더라도 나눌 수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재칠시란 항상 얼굴에 화색을 띠고(和顔施), 친절한 말을 건네고(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대하고(心施),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고(眼施), 공손한 태도와 예의를 갖고 몸으로 봉사하고(身施), 편안한 자리를 양보하고(坐施),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察施) 것을 말한다.
어쩌면 이런 작은 실천이 공생의 시작일 수 있다. 이제 혼자서만 잘사는 시대는 끝났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함께 잘 사는 길을 부지런히 연마해야 한다.

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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