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피휘(避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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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피휘(避諱)
  • 조경원 편집장
  • 승인 2022.02.22 19:42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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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거나 고쳐 쓰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소태산 대종사 또는 대종사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외에도 소태산 대종사를 부르는 호칭은 여럿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아명, 관명, 자, 법명, 호가 각각이다. 아명(兒名, 본명)은 진섭(鎭燮), 관명(冠名, 족보명)은 희섭(喜燮), 자(字)는 처화(處化), 법명(法名)은 중빈(重彬), 호(號)는 소태산(少太山)이다.

아명은 태어났을 때 부모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자는 성인이 됐을 때 붙이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는 예부터 윗사람에게는 자신을 본명으로 말하고 동년배 이하의 사람에게는 자를 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부모나 스승이 자녀나 제자를 부를 때 본명을 사용했다.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제자 안연(顔淵)을 회(回)라 부르고, 자공(子貢)을 사(賜)라 부르는 것도 이와 같다. 호는 대부분 거처하는 곳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 선호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는데, 퇴계(退溪)는 퇴거계상(退去溪上) 즉 벼슬에서 물러나 시내 위에 집을 지어 수양하며 후진을 양성한다는 뜻이고, 율곡(栗谷)은 밤나무골을 의미한다.

간혹 대중과 함께 교전을 봉독하다 보면 소태산 대종사의 이름(진섭, 처화, 중빈)이나 정산 종사의 이름(도군, 규) 등이 나올 때, 사람에 따라 이름을 그대로 읽거나 모(某)자로 대신 읽기도 한다. 피휘(避諱)를 모르는 요즘은 대부분 글자 그대로 읽는다. 피휘는 왕이나 성인, 존경받는 사람의 이름에 대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피하거나 고쳐 쓰는 것을 말한다. 피휘의 방법으로는 공자법(空字法, 공백으로 남겨놓는 방법, ‘某’나 ‘諱’를 넣기도 함), 개자법(改字法, 다른 글자로 대체하는 방법), 개독법(改讀法, 고쳐 읽는 방법) 등이 있다.

이쯤이면 소태산 대종사의 이름을 박모, 정산 종사의 이름을 송모라 읽는 이유와 법호가 있을 때 법명보다 법호를 우선해 부르는 이유에 관해서 답이 될듯하다. 있는 그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이제 그 이름을 ‘피휘’하면 어떨까?

2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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