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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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원동력이다
  • 박선국 문화평론가
  • 승인 2022.04.22 09:40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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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마음공부 32

 

오늘도 루비는 아침 일찍 아빠와 오빠를 도와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는다. 루비 가족은 어업으로 먹고산다. 일하는 동안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은 그녀뿐이다. 일을 마치고 학교에 가면 피곤해서 졸기 일쑤지만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보면 그나마 기분이 좋아진다. 그를 따라서 얼떨결에 합창단에 들어간 그녀는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 선생님은 그녀가 음대를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하지만 루비는 망설인다. 그런 그녀를 그녀의 가족은 이해할 수 있을까?

코다(CODA, 2021) / 감독: 션 헤이더 / 배우(배역): 에밀리아 존스(루비 로 시), 말리 매트린(재키 로시), 트로이 코처(프랭크 로시), 다니엘 듀런트(레오 로시), 퍼디아 월시 필로(마일스)에우헤니오 데르베스(베르나르도)

‘코다’는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영어판 리메이크작으로 청소년의 성장을 다룬 영화라 하겠다.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이’를 의미한다. 주인공 루비가 바로 코다이다. 그녀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아빠, 엄마, 오빠)과 살면서 무지와 편견으로 인하여 타인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그들을 사회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존재이다. 어려서부터 어른 노릇을 해온 그녀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 떠나야 할 때를 맞이하며 주저하게 된다.

영화는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이해하게 된 가족들의 성원에 힘입어 둥지를 박차고 자유로운 새처럼 훨훨 날아오르게 되는 소녀의 성장기를 음악과 함께 풀어간다. 주인공 루비와 남자친구 마일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라는 두 부분을 잘 표현해주었다면 루비 가족인 제키, 프랭크, 레오 역의 배우들 또한 특별하다 하겠다. 실제 청각 장애 배우인 그들은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더욱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를 관통해 이어지는 노래들은 주인공 루비의 감정선과 배역 상호간의 소통을 이루게 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노래 가사들은 대사를 대신해주면서 감정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루비의 노래발표회장에 간 그녀의 가족들은 들을 수 없는 노랫소리를 안타까워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관중들과 기쁘게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날 저녁 아빠 프랭크는 딸의 노래를 느껴 보기 위해 노래하는 그녀의 목을 손으로 감싸 안으며 눈물짓는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그에 대한 보답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은 포기했던 대입 오디션장에 몰래 들어온 가족들을 향해 수화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며 노래를 하는 루비의 모습이라 하겠다. 비록 아직 삶을 잘 모르지만 이제 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코다의 또 다른 뜻은 음악 용어로 한 악곡이나 악장의 끝맺음을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하나의 노래(여정)를 끝내고 또 다른 노래(꿈)를 위해 떠나게 되는 루비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루비는 행불행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 ‘Both Sides Now’의 가사처럼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 거울의 맞은편에 서서 우리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보듯이 나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4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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