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할머니, 떡국 많이 끓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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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할머니, 떡국 많이 끓여 주세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4.17 11:40
  • 호수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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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점심에 집사람이 10살짜리 큰손자에게 “점심에 떡만두국 끓여줄게 맛있게 먹어” 그러니까 손자가 “네, 그런데 많이 끓여 주세요.” “왜?….” ”엄마가 할아버지 집에만 갔다 오면 얼굴이 홀쭉해져서 온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많이 먹으려고요”라고 대답한다. 손자 말을 들으니 아내가 손자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여 밥을 해주는데 저런 말을 했나 싶어 며느리가 야속했다.
며느리가 아들 둘을 낳고 4년 전에 재취업하여 직장에 나가고 있어 친정어머니와 우리가 1주일씩 번갈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우리가 돌볼 때는 며느리를 편하게 해주려고 우리 집에 데려와서 재우며 생활한다.
다행히 큰 손자가 할아버지를 매우 좋아하고 7살짜리 동생은 형과 함께 있고 싶어서 기꺼이 좋아하는 인형과 이불을 들고 따라 나서서 엄마와 잘 떨어져서 아무 문제없다. 펜데믹때 엄마가 코로나가 걸려서 일주일간 자가격리기간에 엄마와 떨어져 9일 연속 우리 집에 있었는데 엄마가 아픈 것은 안됐지만 할아버지 집에서 오래 잘 수 있어서 더 좋다고 하며 엄마는 가끔 혼내기도 하고 아빠는 가끔 화내기도 하는데 할아버지는 혼내거나 화내지 않고 늘 다정해서 참 좋단다.
아이들이 이제는 많이 커서 돌보는 것이 예전보다는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지만 얘들 입맛이 우리와 다르고 까다로워 반찬을 만들어 밥먹이는 것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데 우리집에 왔다가면 얼굴이 홀쭉해진다는 말을 들으니 당혹스럽고 화가 치민다. 
손자들 돌봐주면 결국 뒤끝이 안좋다는 세간의 말들도 떠오르고… 제집에서는 맨날 배달음식을 시켜주면서 우리의 정성을 폄하하다니 야속했다. 그나마 아이들 봐주면서 양육비를 안 받고 봐주니 망정이지 돈이라도 받았다면 정말 민망할 뻔했다.
그렇지만 어떤 며느리는 대놓고 부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우리 며느리는 우리에게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닌데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자고 아내를 다독였다. 또 복잡한 가족관계에서 어찌 해 볼 수 없는 엄청난 일을 겪는 가족들이 많은데 우리는 이런 사소한 일을 경계라 생각하니 사실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위안했다. 
특히 요즘 딸네 집에 와서 손주들 돌보는 친정어머니들은 딸들이 엄마를 편하게 생각해 불평불만을 함부로 얘기하여 속 끓이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저녁 때 마트에 가면서 아내에게 그런 소리 듣고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시어머니 인품이 참 훌륭하다고 얘기하자 아내 말이 “그러면 똑같은 사람 되게요?” 라고 답한다. 그리고 사실 마음 캥기는 것도 있는데 애들이 과자를 사 달라는대로 사줘서 밥맛을 없게 한건 사실이니 이제부터는 과자 덜 사주고 식사에 신경 써서 밥을 더 많이 먹여야겠다고 대답한다.
오늘 점심에 손자로부터 황당한 말을 듣고 그 말이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돌았고 섭섭한 생각도 들었지만 경계를 당하여 우리 부부끼리 마음을 추스르고 위로하여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의 훌륭한 인품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서 좋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 키우기 힘들어 하나 낳기도 꺼려하는데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서 키우는 며느리가 대견하고 이쁘다는 생각이 기본에 깔려 있어서 이런 사소한 말실수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며느리가 고맙고 기특할 뿐이다. 
황혼 육아가 힘들긴 해도 생명력 강한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와 기쁨이 너무 크고 좋아서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하다.
유치원 등·하원 할 때 가보면 대부분이 아이 한명만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맞벌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녀 돌볼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비싼 교육비 감당이 어려워서라는데 국가적으로 좋은 육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겠고 우선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주변의 도움도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4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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