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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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5.02 08:44
  • 호수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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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달리다 넘어졌다. 돌부리에 이마를 찧어 피가 났다. 참을만 했기에 그냥 조금 다쳤나 보다 했는데, 피가 제법 많이 났나 보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달려가 내가 피가 나게 다쳤음을 알렸다. 선생님들이 달려와 내 상처를 보고, “꿰매야 하지 않겠냐…”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덜컥 겁이 났다. ‘내 이마를 바늘로 꿰맨다고?’ 
선생님의 손을 잡고 보건소에 가서 이마를 꿰맸다. 잔뜩 긴장 했는데, 마취의 힘으로 별로 아프진 않았다. “아팠을텐데 잘 참았다”는 선생님의 폭풍 칭찬을 듣고 의기양양해지기까지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소식을 듣고 황급하게 오던 엄마를 만났다. 씩씩하게 집에 돌아왔는데, 그제서야 마취가 깼고 욱신거리고 아팠다. 엄마는 안쓰러움을 감추지 않았고, 난 아픈 것을 참지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요구하며 맘껏 어리광을 부렸다.
허겁지겁 학교를 향해 오던 엄마의 땀에 젖은 얼굴을 기억한다. 
가끔 이마의 상처를 보면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큰일이 난 것처럼 선생님께 달려간 친구들, 보건소에 함께 갔던 선생님, 상처를 꿰매준 보건소장님…. 내 이마의 상처는 그 모든 이들의 은혜가 녹아 아문 것이었다. 그런데 난 그 은혜를 갚은 기억이 없다. 다만 상처가 아물고 치료가 마무리 되었을 때, 엄마가 보건소에 뭔가를 챙긴 듯 하다는 기억만 희미하게 살아난다. ‘내가 받은 은혜조차 대신 갚아주는 엄마였구나…’. 어느날, 엄마가 내 곁에 있다는 당연했던 일이, 죽었다 깨어나는 기적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 되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것 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아주 아주 소중한 것 들이다. 아침이면 눈을 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내 힘으로 일어나 내 발로 걸어가 화장실도 가고, 평범한 삶을 다시 시작하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고…. 
어디선가 이런 기적을 바라며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우리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기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내가 행복해야 주위도 편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의 행복과 나의 삶은 없어서는 살수 없는 은혜속에서, 누군가의 땀과 노력을 딛고 서 있다. 행복만이 아니라 내 삶의 모든것에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내 땀과 노력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받쳐주는 보은이 되어야 할 이유이다. 
숨쉬고 걷고 말하고… 나의 육근을 통해 나투어지고 있는 이런 기적들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은의 도구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대각의 달 4월에 이어 가정의 달 5월 또한, 은혜를 새롭게 발견하는 깨달음의 달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5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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