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권리동일’은 이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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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권리동일’은 이뤄졌는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5.17 12:04
  • 호수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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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산 박세진 마포교당 교도

 

사요(四要)의 첫 조목 ‘자력양성’은 원불교의 초기 경전인 『육대요령(六大要領)』에 있던 ‘남녀권리동일(男女權利同一)’을 고쳐 쓴 것이다. 여성이 자녀의 도리도 하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재산도 평등하게 소유할 수 없었던 당시에 대종사께서는 여성도 차별 없이 교육받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며 능력에 따라 지도자도 되는 사회, 어떤 일에서든 남녀가 차별 없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자고 하셨다.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남녀권리동일의 제도는 거의 완성되었다. 법적으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어서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며 고용주가 채용, 임금, 복리후생, 교육, 배치, 승진, 정년 등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처벌받게 되어 있다. 현재 폐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행정부에는 여성가족부가 있어서 성별 평등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수행하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성별 평등을 위한 법과 제도는 어느 선진국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법·제도와 현실의 차이는 크다. 우리나라 여성은 아직도 남성보다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은 드물다. 작년에 우리나라의 25세부터 54세 여성 중 68%가 취업하였는데, 이는 대부분 선진국보다 10% 이상 낮은 수치이다. 또 취업한 여성이라도 임금은 남성보다 평균 30% 정도 더 낮은데, 이런 격차를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은 19%에 머물러 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낮고, 100대 대기업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종합하여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어떤 선진국에서보다도 지위가 낮고 지난 10년 이상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관행이 아직도 진정한 남녀권리동일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용자가 임신, 출산 시 비용의 문제로 여성 채용을 꺼리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을 제약하거나 사용하면 불이익을 준다. 어머니가 육아의 부담을 크게 지는 사회와 직장의 관행으로 출산 후에 여성이 퇴직하거나 경력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많다. 
여성은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지도자의 위치를 차지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대종사께서 우려하신 대로 많은 여성이 ‘자기의 이상과 포부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원심(怨心)’을 품게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종교 지도자보다도 먼저 성차별의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기를 주창하신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인 우리가 먼저 일터에서, 조직에서, 교당에서, 집에서, 생각과 행동에서 알게 모르게 남녀를 차별하는지를 살피고 고치자. 차별 있는 사회가 낙원이 될 수는 없다.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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