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화 100년 기념법회를 기획하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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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화 100년 기념법회를 기획하며 2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5.29 21:26
  • 호수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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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문제는 원불교에 답이 있다’

방경은 어반피크닉 대표

원불교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놀라웠던 점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이었다. 한자 어구들이 심리적 장벽과 독해의 난이도를 높였지만, 그 뒤에 담긴 뜻과 방법이 매우 명확했다. 분명 종교인데 공부를 하라고 하고, 그 공부방법이 구체적이었다. 공부수준에 따라 교도들의 등급이 정해지고, 공부정도 측정의 명확한 기준까지 있었다. 비교도인 필자에게는 신앙공동체보다는 비영리조직처럼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조직의 비전(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이 있고, 행동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삼학)과 실천전략(팔조)이 있었다. 10명이 1단을 이뤄 함께 공부하도록 그룹화한 부분에서는 조직개발의 측면에서 더더욱 놀라웠다. 

나와 남, 만물과 생멸이 연결된다
하지만, 원불교의 교리나 조직에 대한 연구는 어반피크닉이 맡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불교에 초대된 것은 서울교화 100년이라는 중요한 해를 맞이하여 서울시민과 함께 하고 싶은 4가지 이슈인 마음공부, 은혜나눔, 기후환경 그리고 생명존중이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각 주제와 원불교의 마음이 만나, 서울시민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념법회와 전시를 기획하는 역할이었다. 그러기 위해 원불교에 대한 학습과 더불어 서울 전 지구의 출가재가 교도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고 워크숍을 통해서 수집된 이야기와 경험, 생각을 모으고 분류해서 패턴을 만들었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원불교가 가진 진리인 [불생불멸 인과보응]의 의미를 각 주제로 연결할 수 있었다. 생명의 근원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영원하다는 진리는 중심에 나를 두고, 나와 관계하고 있는 주변 사람(남), 보다 확장된 세상 만물인 생명, 그리고 지금이 아닌 다음 생까지도 확장된다. 원불교가 서울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선정된 주제들은 개별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도 일관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기획전시 [우.문.원.답] : 우리 문제는 원불교에 답이 있다
100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원불교가 서울에 전해진지 100년이라는 사실이 서울 시민에게 어떤 의미로 전해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워크숍, 연구를 통해 원불교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힘이 ‘문제해결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금의 서울은 세계 속에 빛나는 아름답고 번화한 도시지만, 가장 불행한 곳이기도 하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방문하셨던 100년전 서울, 당시 경성에서 느끼셨을 ‘물질 개벽’이 끝을 모른채 달리고 있다. SNS를 비롯한 미디어가 사람들을 외롭고 불안하게 만들고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긴다. 미세먼지, 폭염 같은 전지구적 기후재난 앞에서도 여전히 남의 탓을 하고 조금의 불편도 감수하지 않으려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죽음 앞에 무심하고 심지어 모욕하는 일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준다.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할지 몰라 답답하고, 삶의 희망과 몸과 마음의 건강함마저 잃어간다. 어떤 해답이 있을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는 시대를 사는 모두가 원하고 있는 답은 원불교 안에 있다.  

마음공부, 은혜나눔, 기후환경, 생명존중과 원불교의 마음
마음공부는 내가 부처임을 알고, 자성을 깨닫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끝이 없는 경쟁으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마음공부는 자신을 돌보고,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은혜나눔은 내가 부처인 것처럼 내 앞에 사람 모두가 부처임을 깨닫는 것을 뜻한다. 주변을 살피고 돌보겠다는 선언이자 실천이다. 내가 가진 것을 그저 끝없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더 필요한 것을 주고 나누고, 자력(자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목표와 방향이 있다. 기후환경은 지구를 파괴하며 얻은 편의와 속도를 내려놓고, 환경보호에서 나아가 환경감사하는 적극적인 활동으로의 전환이다. 세상 만물에 감사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생명나눔은 나와 너가 다르지 않음을 전제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하나로 연결된 생명을 가진 우리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모두가 예정된 시간, 준비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좋은 인연, 온 세상이 은혜입니다. 
자, 주제 내용을 전시로 담는 일이 남았다. 맨 먼저 어떤 사람들이 이번 전시에 오길 바라는지에 대한 페르소나를 만든다. 이를 위해 별도의 기획자그룹이 모여서 두 차례 회의를 했고, 이번 전시의 주 타겟은 해당 문제와 원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서울시민(비교도)로 정했다. 그들에게 좀더 쉽게 다가서기 위해 우리가 실제 겪고 있는 문제에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문제 자체에 대해 공감한다면 이후 원불교의 생각과 답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주제별로 다양한 뉴스기사를 검색해서 갈무리했고 지금 시대에 어떤 문제가 가장 이슈인지 파악했다. 
이번 전시는 주제별로 동일한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공신력있는 사회적 매체인 뉴스에서 다룬 해당 문제를 정리해서 우리의 문제이자 도입부로 삼았다. 다음은 원불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왔던 활동과 실천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원불교의 답으로 법문 말씀을 담았다. 문제에 대한 인식, 실천 활동 그리고 이런 답이 있음을 알려주는 순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글로 적으니 일사천리로 된 것 같지만, 실제 진행과정에서는 몇 번이고 그 앞으로 돌아가서 되짚어야 했고 인타원님을 비롯한 서울교구, 기획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 더해 전시공간인 소태산 기념관을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할지 정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침내 내용이 정해진 뒤에는 전시판의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마음공부 주제의 여의도지구 법회가 열린 4월 14일이 내부적으로 정한 기한이었기에 동시다발적으로 디자인과 제작이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며칠 동안(몇 주 동안) 두문불출하며 엄청나게 많은 디자인을 해낸 봄오소 박보화 님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맞추기 어려운 일정이었다. 일로 불공을 들인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력으로 전심을 다해 일을 해낸 것은 비교도였던 전시물 제작사, 외부 판넬 설치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한 팀처럼 움직였고 모두 성심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예상보다 늦어지는 제작과 설치에도 누구 하나 싫은 소리 없이 밤을 지새며 빠른 손으로 마무리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게 했던 전시물을 포함해 모든 것이 마무리되자,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원불교에 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5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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