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20.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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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 20.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完)
  • 한울안신문
  • 승인 2024.09.25 16:59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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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박영호 중곡교당 교도

나는 매일 아침 눈 뜬 아내에게 ‘반갑습니다’ 인사하고 저녁에 자기 전에 ‘오늘도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라고 인사한다. 지금 쾌적하고 좋은 집에서 아내와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데 만일 아내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내 인생은 엉망이 될 것이 뻔하므로 아침에 만나면 반갑고 자러 갈 때는 그 마음을 담아 감사인사를 한다. 부부간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통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어는 마력이 있어 말하면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 모두 더 큰 감동을 주게 된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에 1시간씩 안마해준다. 아내가 허리와 무릎이 안 좋긴 해도 날마다 안마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더 큰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안마하는데 정식으로 배운 바는 없어도 정성으로 하는지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뭉친 몸이 많이 풀린단다. 아내에 대한 실지불공이고 당처불공이라 생각하고 퇴직 후 8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남편의 정성과 사랑을 느끼며 하니 비록 몸은 찌뿌등하게 깨지만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된단다.
이것만 보면 내가 아내에게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내는 나와 그리고 나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정말 잘한다. 시댁 식구·친구·회사직원들까지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을 꾸준히 챙기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자청하여 많은 일을 하며 살아왔고 친정식구보다 시댁식구를 더 좋아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이 집에 이사 오고는 약 3년 동안에 내 지인들 400명가량을 우리 집에 초대해 식사, 다과를 대접하고 아내가 한 전통자수를 구경케 했다. 요즘 세태가 집에 오라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 집에 한번 왔다간 분은 우리 부부의 긍정적 팬이 되어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내 아내의 안부를 물으며 친근함을 나타낸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애정을 남편과 관계있는 사람들에게 잘 함으로써 표현한다.
나는 아내를 스승이자 은인 부처로 생각하며 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에서 일어나는 일의 대부분은 아내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지자본위의 관점으로 볼 때 가정에서는 아내가 스승이다. 그래서 나는 집안일에 대한 판단은 아내에게 맡기고 결정된 일을 실행하는 손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의견충돌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 나는 오랜 기간을 밖에서 대장 노릇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판단업무를 하지 않고 단순반복 업무를 하면 정신도 맑고 마음도 편하다. 그래서 청소, 상차리기, 설거지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2008년에 30년 다니던 은행을 퇴직한 직후 아내가 방이동 올림픽공원 근처에 사고싶은 아파트가 나왔는데 가보자고 해서 그 당시 막 퇴직한 때라서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장래가 불투명해서 가진 돈을 아껴야 하는데 집을 산다고 하니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 나서서 집구경하고 앞으로 공원 가까이 살며 운동하고 건강관리하자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서 바로 계약을 했다. 나는 현상에 안주하는 성격이고 아내는 가끔 현상을 과감히 깰 줄도 아는 사람이어서 용감한 결정을 하고 이사와 이 집에서 15년을 사는데 올림픽공원이 5분 거리에 있어 산책하고 올 때마다 선견지명이 있는 아내에게 칭찬과 감사를 하게 된다. 아마, 지금까지 ‘당신 덕분에 집을 잘 사서 행복하게 산다“는 말을 800번은 더 했을 것이다. 1,000번이 내 목표다. 칭찬은 아무리 반복해도 질리지 않고 기분 좋게 하며 관계를 좋게 한다. 더구나 우리 집은 대단지가 아니고 딱 2동만 있는 아파트라서 대단지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아 세금과 의료보험을 덜 내서 좋다.
내가 은행의 본부장시절 부부장이 자기 마누라를 ‘우리 못난이’라고 호칭을 한다고 해서 기왕 같은 애칭이지만 ‘우리 이쁜이’로 불러주면 어떨까 제안을 했고, 아내를 ‘우리 이쁜이’라고 불러 주었더니 아내가 정말 좋아한다며 지금 만나도 그 얘기를 한다.
우리는 살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저절로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 모두 자기 살기 바빠서 표현하지 않는 남의 마음을 알아줄 만큼 여유가 없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만이 과실을 더 많이 따먹을 수 있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더 움직이고 더 표현하면 나도 행복해 질 수 있고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동안 <유산의 생활속 마음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또 다른 고정란으로 독자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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