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울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어제 한국어 수업은 최악의 조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감기가 더욱 심해져서 목이 너무 나빠졌거든요.
안 나오는 목소리에 물 마셔가며 겨우겨우 수업을 마치고 나니 그나마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여 미안하다고 하며 다음 일요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노동자들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떠난 뒤 조금 지나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봉투를 내밀며 ‘이거 교무님 병원가는데 쓰세요’ 하는 겁니다.
교당을 나가면서 뭐라고 자기네 말로 하는 것이 이런 모의(?)를 한 모양이었습니다. 2월 초에 제가 너무 아파서 수업을 못하겠어서 할 수 없이 양해의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얼마나 아프냐며 걱정하고 문병을 오겠다고 몇번이나 전화를 해서 미안하고 눈물나게 하더니 이번에도 노동자들의 착한 심성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런 착한 사람들만 한국어교실에 온건지, 아니면 법당을 드나들다 보니까 이렇게 변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일원대도에 뿌리내린 신심을 갖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정말 큰 일을 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어서 감기가 나아서 이들의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되겠습니다.
최서연 교무 (ID:won-as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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