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푸른 물을 어떻게 다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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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푸른 물을 어떻게 다시 찾나
  • 한울안신문
  • 승인 2001.08.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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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중구교당"원불교여성회 간사)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이란 노래 속의 푸른 두만강이 아닌 것은 알고 떠났지만 막상 현지에서 눈으로 본 두만강의 모습은 상상을 넘었다. 연탄과 연탄재를 섞어서 풀어놓은 것 같은 시커먼 물에 거품이 떠 있고, 크롬 카드뮴 납 비소 같은 중금속에다가 DDT와 페놀까지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저 물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면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결국 UNDP(유엔개발계획)와 GEF(지구환경금융)에서는 ‘두만강 유역 생물다양성 및 국제수역보존을 위한 전략행동프로그램’이라는 세계적 차원의 두만강 살리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원불교여성회가 제안한 ‘동북아 어린이 녹색기행’이 선정되었고 어린이 22명(한국 7명, 중국 연길 9명, 심양 2명, 훈춘 4명)과 원불교여성회, 중국 연변록색연합회, 연해주 청수나눔실천회, 연길삼동유치원이 참가하여 7월25일부터 29일까지 백두산과 두만강유역을 탐사했다.
우리는 26일 새벽 백두산을 향해 달렸다. 맑은 물이 흘러 두만강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 백두산은 1980년 유네스코에 의해 ‘백두산 국제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자연생태계가 온전하게 보존된 세계에서 몇 안되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쓰레기가 거침없이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한쪽에서 줍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심의 가책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과, 백두산관광객의 90%를 차지한다는 한국인을 보며 우리는 무척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음날 새벽 4시.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는 가운데 백두산 등반에 나섰다. 백두산은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등산 초입구가 험난하여 어린이 22명을 데리고 백두산을 걸어서 올라간다는데 현지인들은 모두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사은님의 은혜로 우리가 백두산을 등반하고 내려올 때까지 날씨는 청명하기만 했다.
우리는 맑은 날씨와 때마침 뜬 햇무리-일원의 오색광명 아래 백두산 천지의 장관을 맘껏 감상하며, 인공의 구조물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어떻게 이런 대자연의 조화와 비교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숙연해졌다.
28일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도문을 향했다. 하루 3천톤의 폐수를 방류한다는 개산툰 펄프공장의 모습을 보며 두만강 유역으로 내려가 수질검사를 했다. 우선 준비해간 식수의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를 측정하여 음용가능한 물의 COD를 확인한 후, 두만강 물에 직접 손을 넣어 두만강의 COD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만강 물은 음용은 커녕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3급수 이하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백두산에서 두만강 상류의 맑은 물을 본 우리는 그 물이 이렇게 오염이 되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두만강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북한, 러시아, 중국의 국경에 걸쳐 있으며 여기에 몽골과 한국의 영향력까지 겹쳐져 5개국의 정치 경제적 이해가 얽혀있다. 게다가 한국을 뺀 나머지 국가는 환경문제보다는 경제개발이 우선인 후진국이다. 이 와중에 민간차원의 환경의식을 증진시켜 이미 3급수가 되어버린 강물을 살려낸다는 것은 일견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선 것이니 실망은 이르다. 문제인 것으로 일단 인식만 된다면 틀림없이 해결책도 구해진다. 이미 세계가 인식했고, 현지 주민이 인식을 시작했으며, 이를 정부와 기업에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작은 발걸음이 나중에 열매맺을 무언가의 씨앗, 혹은 거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은 무거운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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