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비사우는 전쟁중-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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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비사우는 전쟁중-임형준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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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기니비사우에선 마음 편히 있을 날이 없다. 계획을 짜 두어도 항상 ‘깜짝 놀랄 일’이 벌어져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한 해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해가 없었고 조용하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이 이 곳이다. 1998,9년에 내전, 2003년에 이미 쿠데타가 있었고, 필자가 부임한 2004년에는 월급을 받지 못한 하급 군인 500명이 몰려가 군사령관을 죽인 일도 있었다. 2005년엔 18년간 독재를 하다 전쟁으로 쫓겨난 니노 전 대통령, 2003년 쿠데타로 쫓겨난 쿰바얄라 전 대통령이 출마를 하며 대통령 선거가 엄청나게 혼탁해졌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도 끝나고 정치도 좀 안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야심찬’ 프로젝트 가동계획을 세워 실행을 막 시작하고 있는데 또 이번에는 세네갈과의 국경에서 반군들이 출몰해 난민들이 발생했단다. 처음에 기백명 선이던 난민이 반군과 정부군과의 충돌이 심화되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사태발발 후 보름 만에 거의 1만명에 달한다.
사태 직후 나는 직접 여러 현장에 다녀왔다. 아프리카는 아직도 농경중심의 가족사회라 대부분 난민들이 가깝던 멀던 친척집에 머물고 있었다. 난민이 많이 머물고 있는 가족은 무려 90여명의 난민들이 한 집에 묵고 있었다. 당연히 방이 없어 집 앞 뜰 맨 땅에 덮을 것도 없이 자고, 먹을 양식이 없어 어른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날을 굶었고 아이들만 하루 한끼씩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너무나 처절한 상황을 목격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 익숙한 우리 유엔과 NGO 직원들은 무척이나 부산해졌다. 내가 일하는 WFP(유엔세계식량계획)는 긴급 식량과 구호품 수송지원, 유니세프는 물과 침구 등 필요물품, WHO(세계보건기구)는 의약품 지원, 국제적십자사는 현장에서 직접 난민들을 돌보는 등 긴밀하게 협조하며 신속하게 지원활동을 펴나갔다.
천주교 산하 NGO인 CARITAS 소속 수녀님들의 활동도 매우 돋보였다. 난민들 속에서 식량을 직접 나눠주고 환자들을 돌보고 잠자리를 만들어주느라 밤낮없이 맹렬히 활동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건 현장에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정작 대책을 강구하고 국민들을 돌봐야 할 이 나라 정부는 손을 놓고 이 회의, 저 회의 하면서 입씨름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난민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지만 기니비사우라는 나라가 워낙 변방에 있어 세계 유수 언론들은 전혀 관심도 없고 한 줄 기사도 안 난다.
필자는 CNN을 매일 같이 보지만 늘 이스라엘, 이라크 얘기지 기니비사우 얘기는 아예 없다. 우리 국제기구에 일하는 사람들은 종종 ‘CNN효과’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CNN에서 보도하기 시작하면 국제사회의 관심이 생기고 지원이 물밀 듯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CNN이 보도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사태가 너무 악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태 초반에 그런 지원의 일부분이라도 들어왔더라면 훨씬 적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이고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의 재난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도 작년, 이웃 나라인 니제르의 대규모 기아사태처럼 4만여명의 아이들이 아사직전의 위기에 처한 후에야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대규모 지원이 시작되는 것 보단 아무쪼록 반군들이 하루 빨리 물러나 난민들이 무사히 고향에 돌아갔으면 좋겠다. 난민이 아니더라도 유엔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 많다.
유엔세계식량계획 (WFP)
기니비사우 프로젝트 총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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