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마비' 월드컵 쏠림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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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마비' 월드컵 쏠림현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6.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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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명숙(원간 '미술세계' 편집장)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일궈냈다. 붉은 악마가 발화시킨 전 국민적 응원은 서울시청 앞을 붉은 물결로 출렁이게 했다.
그러나 월드컵이 열리기 한 달 전만 해도 국민들의 관심은 냉랭했다. 32개국 깃발이 나부낀 거리의 분위기도 무덤덤했다. ‘지구촌 축제’라는 수사가 무색할 정도였다. 한쪽에선 월드컵을 동네 축구쯤으로 여겼고, 또 한쪽에서는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축구 쇼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첫 대결에서 한국 팀이 폴란드를 누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우리는 해냈다는 자신감에 불타올랐고 응원의 열기는 전 국토를 달궈 세계를 놀라게 했다.
?4년이 지난 요즘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거리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따라 하기 쉽다는 ‘꼭짓점 댄스’를 추면서 다시 월드컵 열기가 달궈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한편에선 국민의 순수한 애국심을 상업주의에 이용하고 있다. 광고가 대표적이다.
요즘 TV를 켜면 온통 붉은 물결이다. 태극기를 심볼로 삼아 애국가로 분위기를 고취하는 월드컵 소재 광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주제도 좋고 제작 기법도 빼어나지만 컨셉이 너무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며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그 현상이 광고나 TV편성의 선을 넘어 문화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문화는 스케줄이 텅 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화전반에 ‘월드컵 피해가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적 관심이 6월 월드컵에 쏠려 화제 만들기나 홍보에 어려움이 많아 문화관련 기획자들이 기피하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기획들이 없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사회의 다양성이 무너지고 획일화되어 가는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에 축구경기 관전이나 응원에 열광할 사람들은 그렇게 하되 축구에 흥미가 덜 한 사람들을 위해 문화예술 활동이 중단되지 않아야 하며 월드컵 술렁임 속에서 ‘축구보다는 문화예술을 좋아 하는 사람’을 위해 문화관련 기획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은 조화로운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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