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발라, 낙원 기행기-이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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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발라, 낙원 기행기-이성하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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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교가 미국을 만났을 때, 불교라는 새로운 전통과 문화는 서양의 눈으로

원래 서울 사는 사람들이 남산타워를 안 가본 경우가 많지요. 이곳 콜로라도에 살면 어딜 둘러봐도 롸키 산자락이라 매일 롸키를 보고 살지만, 저 역시도 정작 롸키 국립공원에 티켓을 끊어 들어가 본 적은 없습니다. 그냥 맨 날 산 아래서 ‘저 산자락이 롸키라네’하며 살았지요. 이런 안방 마님스런 마인드 때문에, 동네에서만 치맛바람을 날리는 습관이 제게 있습니다.


그간 ‘샴발라’라는 유명한 티벳불교의 명상센터가 콜로라도 북쪽 어디에 있다고 많이 들었고, 같이 가보자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가봐야지 하다가 보니 결국은 ‘저 산자락에 명상센터 있다네’ 하는 식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법회 후 우리 교도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정말 샴발라를 가보시지 않으셨다고요? 아니, 교무님이시잖아요”하는 말씀을 듣고서 저는 드디어 저 산자락에 샴발라가 있는지 없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할 인연이 도래하였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교당에 손님이 와 오늘 그 샴발라 마운틴 센터를 가보게 되었습니다. 샴발라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상 낙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지상 낙원이나 이상향이지만, 정신적으로는 깨달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경지라고 하지요. 어쨌거나, 저는 이 지상 낙원으로 가는 길을 야후에서 자세하게 뽑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길치에게는 낙원이든 지옥이든 하여간 만만히 찾아갈 길은 없습니다. 친절한 야후 지도를 손에 쥐고도 여러 사공들과 이산 저산으로 낙원 언저리만 30여분을 헤매다가 간신히 도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낙원은 어쩌면 이리도 소박한지요. 오늘따라 들판에 찬바람은 휑하니 부는데 방문객 안내소라고 표지가 붙은 곳은 바람에 날아가게 생긴 조그만 컨테이너였습니다.


안내 지도를 받아들고 가만히 둘러보니, 쓸만한 건물이라고는 sacred studies hall 이라는 메인 법당이 하나 그나마 반듯하고, 스투파(사리탑) 하나 볼만하고, 나머지는 허름한 식당과 컨테이너 박스들로 만들어진 몇몇 사무실과 선물센터, 숙박 시설은 거의 텐트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보자면 꼭 시골 초등학교 앞의 분식점 비슷하게 생긴 식당은 누구나 들어와서, 알아서 먹고, 알아서 밥값을 내고 가면 그 뿐이었습니다. 아침을 거른 우리 일행도 이 식당에 모여 앉아 토스트 한쪽과 차 한 잔씩을 마시며 낙원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느긋한 아점을 즐겼습니다.


불교가 미국을 만났을 때, 불교라는 새로운 전통과 문화는 서양의 눈으로 로맨틱한 혹은 신비한 옷을 덧입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에서는 불교도 역시 미국이라는 토양과 적당한 합의를 해야 하는 점이 있는데 아마도 여기선 법당이 그런 부분 같았습니다.


티벳 승려들의 화려한 법복과 울긋불긋 깃털이 달린 모자를 상상할 때 법당도 상당히 화려 할 것 같았지만, 법당은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아주 간결한 zen style(선풍) 인테리어를 도입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스투파로 가는 길에 걸린 성황당을 연상시키는 오색의 깃발이나, 황금 첩탑의 스투파나, 그 안에 앉아 계신 갈색의 가사에, 갈색 피부, 파란 눈을 가지신 요염하게 생기신 부처님을 볼 때, 아마 티벳 불교의 것인가 보다 하고 짐작되는 여러가지 것이 있긴 하였지만요. 그러나, 이런 외적 장치는 또 그런대로, 불교를 모르는 방문객들에게는 적당한 눈요기가 되는 좋은 상품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곳에 눈 씻고 찾아도 그럴싸한 건물하나 없는 이유는, 아주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이유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600에이커의 대자연 위에 최대한 간결한 살림살이로 산자락이나 들판과 그대로 소박하게 어울려 자연이 주는 생기와 평화로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모습이 이 센터가 주는 최대의 미덕이었습니다.


우리는 산을 내려오며 며칠 정도 이곳에서 아무 일없이 소요하여도 좋겠노라고 이야기를 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평화와 고요의 인력(引力)을 생각하며 혼자서 마음으로 앞으로의 교당을 지었다 부수며 샴발라를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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