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의 종교5-이경식
상태바
신화 속의 종교5-이경식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07.14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알에서 나온 앙들과 태양 숭배

여러분께서는 우리나라 시조 이야기를 보다가 알에서 사람이 나오는 난생신화를 종종 접해 보셨을 줄 믿습니다. 앞에서도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해모수와 정을 통한 유화는 그 실행을 나무라는 아버지에게 쫓겨났다가 금와왕에게 발견되어 어두운 방에 갇힙니다. 그런데 햇빛이 방속까지 따라와 유화를 비추더니 유화가 마침내 알을 하나 낳고, 그 알에서 아기가 나오니 그가 고구려 시조인 주몽입니다.


또, 나정이란 우물가에 번갯빛처럼 이상한 기운이 뻗치기에 사람들이 가보니 하늘에서 백마가 옮겨온 알 한 개가 있었고, 거기서 사내아이가 나옵니다. 이 아이를 샘에 데려가 목욕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해와 달이 청명해졌습니다. 이 아이가 다름 아니라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라네요.


또, 김해 구지봉이란 산에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자 하늘에서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합이 줄에 매달려 내려옵니다. 열어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있었습니다. 이들 알에서 각각 어린애가 하나씩 나오고, 이들이 김수로왕을 비롯하여 여섯 가야의 왕들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쯤 해두자고요? 그럽시다. 그런데 말씀입니다. 이렇게 알에서 나라의 시조가 나오는 난생신화가 딴 나라에도 있을까요? 한 마디로, 거의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알로 태어난다는 것은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 해답은 수로왕 등 여섯 가야 임금의 탄생신화에서 나오는 ‘해처럼 둥근 황금알’에 있습니다. 달걀이 그렇듯이 대개 새알은 동그랗지 않고 길쭉합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알은 공 모양이라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동그란 알은 새알이 아니라 태양의 표상입니다. 주몽의 아버지 이름이 해모수로서 성씨가 ‘해’였으니 그게 바로 태양입니다. 우리 겨레는 태양숭배족이고, 태양은 하느님의 다른 이름이라, 그러므로 해모수는 하느님의 아들이라 했고, 박혁거세나 김수로도 하늘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태양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네, 광명(光明)입니다. 그래서 고구려에서는 태양의 정기인 햇빛이 방구석까지 쫓아다니며 임신을 시켰다는 것이요, 신라에서는 번갯빛처럼 이상한 기운이 땅에 비치고 해와 달이 청명해졌다 한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주몽은 동녘 동자 밝을 명자 동명성황(東明聖皇)이 되었고, ‘밝게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의 혁거세(赫居世)는 성씨 역시 ‘밝’다는 뜻으로 박(朴)을 쓴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단군신화에서 「박달나무〔檀木〕 밑에서 났기에 단군(檀君)이라 했다」는 말을 살피면, ‘단국’은 ‘밝달 나라’요 ‘단군’은 ‘밝달 임금’이 됩니다. ‘달’은 ‘양달·응달’에서처럼 땅을 뜻하는 말이니까 ‘밝달’은 ‘밝은 땅’을 가리킵니다. “조선(朝鮮)은 광명이 세계에 비친다는 뜻이다”(정산) 하신 말씀도 그것이려니와, 아무튼 우리 조상은 태양숭배족으로 광명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광명사상은 해가 뜨는 동쪽을 선호한다든가 새벽(새밝)을 알리는 닭을 숭배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번져가기도 했습니다.


대종사(박중빈)님은 박혁거세의 62대손이 됩니다. 혁거세가 바가지 만드는 박 모양의 알에서 나와서 박(朴)을 성으로 했다는 것은 속설이고, 정확히는 ‘밝’씨가 맞습니다. 후천개벽 밝은 세상의 주세불이시니 ‘밝’씨 성을 가지고 나오신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삼산 김기천 종사가 예의 속설을 역으로 이용하여 판소리 <박타령>(흥부전)을 패러디한 <설중의 박노래>를 지었는데 참 희한한 작품입니다.


추임새 한 번 넣어 보세요. 얼씨구! (사설)…그래서 근래에 대성종사 만나 박 종자 세 개를 얻고 전에 잃어버렸던 조업토지, 심지라는 땅을 찾았습니다 그려. 그 땅에다 세 곳에 구덩일 파고, 얻은 박 종자 세 개를 심었더니 이 박농사는 사철이 없습니다. 비가 와도 이 박은 크고, 눈이 와도 서리가 와도 이 박은 크고, 이리하여 한 번 심어 놓고 뽑지 아니하면 몇 만 겁이라도 그대로 있고, 거름만 잘 하면 꽃도 늘 피고 잎도 줄기도 늘 피고 자라서 박이 열고 열어 상속 부절합니다.


그럼 그 중에 익은 놈 한 통만 나와도 박 안에 든 보화가 도무지 말할 수 없습니다.(하략)??? (노래)나의 팔자 기박하여 / 삼재팔난 겪은 후에/ 세전조업 여지없고?/ 자수 직업 바이없네 / 입추지지 없는 몸이 / 사중은의 덕택인가 / 우리 종사 만났도다 / 만나 바로 지도 받아 / 영겁에 잃은 심지 / 이제 다시 찾았도다 / 호호망망 너른 심지 / 이런 장자 또 있는가 / 억만 석도 부럽잖고?/ 천자왕후 안 바꾸네(하략) 서울문인회장 / 일산교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