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서해지대 생태적이고 평화적인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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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서해지대 생태적이고 평화적인 관점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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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지영(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지난 10월 초에 있었던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평양으로 향하면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남과 북의 평화정착이 머지않았음을 상징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통일은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다. 21세기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족쇄를 풀고, 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일궈낸다는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은 우리에게 최우선 과제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의 합의와 추진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원칙과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지에 따라 통일의 질과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일의 원칙과 내용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환경운동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은근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DMZ 지역을 평화생태지대로 지정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DMZ는 순전히 군사적 이유에서 만들어진 대치선이지만, 점진적인 평화정착과 함께 세계적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반세기동안 군사적 대치와 분단의 아픔으로 상징되었던 DMZ 지역은 세계적인 자연생태계지역으로 거듭났다. 결국 군사적 대치상황이 가져온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DMZ의 평화생태지역 지정이 선언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DMZ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한강하구 등 서해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가 합의되었다.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골재채취 등으로 한강하구의 ‘공동이용’ 개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사람의 교류와 왕래가 중요한데 군사적 긴장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지금까지 온갖 개발과 간척사업으로 사라져간?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하구의 운명 속에서 한강하구는 우리에서 남은 마지막 대형 강 하구라는 사실이다. 이 역시 군사적 대치상황이 가져다 준 역설적인 보전의 결과이다.


현재 한강하구는 김포대교 밑에서부터 강화군 숭뢰리까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강의 민물과 바다의 짠물이 만나 형성된 기수역으로서 생물종다양성의 보고이며 각종 어패류들의 대규모 서식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다는 강을 통해 내려오는 여러 가지 영양물질로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는 한강하구의 환경가치를 연간 7,327억 원으로 평가하였다. 이곳을 그냥 자연상태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가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국제 멸종위기와 희귀종들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부리가 주걱처럼 생긴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하고, 재두루미의 월동지이기도하다. 그리고 하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백령도 지역에는 물범 등의 서식처가 있다. 다시 말해 분단의 역사가 사람의 간섭이 적은 이곳을 희귀종들에게 안전한 번식지와 휴식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런 생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한강하구는 가장 많은 개발에 노출된 지역이기도 하다. 통일무드와 남북협력이 활발해 질수록 이 지역은 강력한 개발압력에 내몰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는 대선용 공약으로 한강하구에 인공섬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제 한강하구 서해지역을 단순한 ‘이용’의 개념이 아니라 “생태적이고 평화적 이용”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런 개념이 통일을 준비하는 원칙과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군사적 대치와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자연생태계만큼 중요한 매개는 없다. 인간들끼리의 평화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평화정착이 생태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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