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리의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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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리의 복병
  • 한울안신문
  • 승인 2007.12.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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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덕권 교도의 천축구도기 9

카투만두에서의 웬만한 명소는 다 돌아본 것 같다. 9월 17일 나라얀군을 데리고 포카라로 향했다. 포카라는 카투만두에서 서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휴양도시다. 카투만두가 2,200m 고지이니 내려가는 데만 무려 8시간이 걸린다.


12시경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무엇을 먹을까? 식당에 들어가니 네팔식 뷔페와 즉석 햄버거를 팔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니 서양 사람들도 햄버거를 먹는다. 에이, 나도 햄버거나 먹어야지, 별로 맛도 없었다. 절반이나 먹었을까?


사실 필자는 중국에 도착해서부터 식수는 완전 미네랄워터를 사서 마셨고, 심지어 양치질까지 생수를 사용하였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아뿔싸! 뱃속이 꾸물거린다. 만원 버스 속이다. 이를 악물고 버텼으나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급히 버스를 세우고 수풀 속으로 뛰어 들어가 대충 처리를 하고 돌아와 승객들에게 계면쩍게 사과를 했다.


또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이건 도대체 감당불감당이다. 도리없이 버스 꼭대기에 실은 짐을 끌어 내리고 동네 한가운데 으슥한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미 끝장이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수로에서 대충 처리하고, 오물 투성이 옷과 신발을 세탁해 널었다. 온 동네 여인들이 다 좇아 나와 낯선 이방인의 추태를 지켜보고 있다. 너무나도 창피하다. 마침 구걸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사 가지고 간 사탕 한 봉지를 풀어 사과를 대신할 밖에, 한 순간의 방심이 이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택시를 불러 포카라에 도착하였다. 휴양도시답게 아름다운 고장이다. 레이크 사이드에 있는 ‘헝그리 아이호텔’에 짐을 풀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태양이 눈부시다. 호텔 옥상에 올라보았다. 와! 히말라야 설산 영봉들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다가선다. 8,167m의 다울라기리, 8,091m의 안나푸르나 1봉, 7,939m의 언너부너 2봉, 6,932m의 람중히말 등 히말라야 설산의 장중한 모습이 무려 여덟 곳이나 펼쳐져 있다.


호텔 앞에는 ‘배와’호수가 잔잔하고, 호수 가운데 있는 ‘버라히’ 힌두교 사원까지 보트가 연락부절이다.


1,592m에 위치한 전망대 ‘사랑곳’까지 올라가 이 신령스런 만년설의 봉우리들을 감상할 때의 감동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포카라시 외곽지대에 원불교 포카라 교화선교소가 있다. 역시 카투만두의 이하정 교무님과 모시은 교무님이 관장하는 곳이다. 대지 200평, 건평 60평 2층 건물로 현지인 여성 두 명이 교당을 지키고 있다. 우리 원불교가 이런 오지까지 발을 넓혀가니 이 또한 감동 아니랴!


배와 호수 변에 한국 음식점 ‘뚝배기 집’이 있다. 뚝배기 집의 매운 육개장과 김치·깍뚜기를 먹고 나서야 배탈이 좀 가라앉는 느낌이다. 포카라에서 만난 복병, 아이구야 사람 살려! 나 참 죽을 뻔 했네.



1.


카투만두 서쪽방향 포카라까지


이백킬로 여덟시간 걸리는거리


휴게소에 먹은점심 배탈이생겨


아이구야 사람살려 죽을뻔했네


그렇게도 조심하며 달려왔건만


이런고통 수행인가 감당불감당



2.


휴양도시 포카라에 선교소짓고


일원대도 솔씨뿌려 정자보려나


아침햇살 찬란한데 구름너머로


팔천미터 설산들의 신비한손짓


언너부너 람중히말 다울라기리


그엄청난 위용앞에 옷깃여미네



여의도교당 교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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