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은 필수, 운하건설은 선택
상태바
먹는 물은 필수, 운하건설은 선택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1.3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장지영(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사람의 몸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물은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 중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 흐르는 강물을 취수해서 식수로 이용하는 나라는 더더욱 많지 않다. 우리는 물문제로 인해 국가간 분쟁이 일어나고, 부자들만을 위한 상수도관이 빈민촌을 가로질러 인권문제가 되고 있다는 국제뉴스를 간간히 접하지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65% 이상이 산악지대이다. 여기에서 발원한 깨끗한 물줄기는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이룬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흐르는 강물을 직접 취수해서 먹는 물로 이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유럽은 흐르는 강물이 부적당하여 지하수를 식수로 쓴다. 우리에게 흐르는 강물은 생명수이자 필수품이며 자연이 준 대단한 축복인 셈이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의 운하건설 계획이 강행되면서 그 축복은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운하를 만들면 강은 어떻게 될까. 경부운하 구상에 따르면 2,500~5,000톤급 대형 화물선박 운행을 위해서는 한강에서 낙동강으로 연결되는 총 553km 전 구간이 6~9m의 수심과 최대 300m의 수로폭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강은 30km마다, 낙동강은 50km마다 19개의 갑문과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야 한다. 물론 강바닥도 전부 파내야 한다. 한강과 낙동강은 거대한 콘크리트 욕조로 둔갑하게 된다. 흐름이 멈춘 물은 썩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상류의 오염물질 차단없이 본류 구간에 댐을 만들면 수질오염은 급격히 빨라진다.


중요한 문제가 또 있다. 우리나라 강은 경사가 급해 여름철 홍수기에는 많은 물이 빠르게 하류로 흐른다. 만약 댐이 만들어지면 수위가 상승하여 홍수가 발생하게 된다. 운하계획에 따르면 한강과 낙동강 상류지역의 운하 수위는 계획홍수위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계획홍수위를 넘어서게 된다. 1,000km 이상 되는 거대한 인공제방을 쌓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제방을 쌓아도 홍수 대비책은 될 수 없다. 지천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과 토사를 댐으로 가로막힌 본류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기상이변 때문에 예고 없이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운항중인 선박은 오도 가도 못하고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보통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반드시 시장조사를 한다. 이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얼마인지, 시설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지 등 꼼꼼이 조사하고 계산해서 수익성을 따져본다. 아마도 동네 구멍가게를 하려고 해도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이다. 하물며 수십조 원의 국가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치밀한 조사와 다양한 관점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도 사업은 성공과 실패가 반반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사업은 이런 과정이 철저히 생략된 채 ‘노다지’로 포장되어 국민들에게 광고되고 있다. 상식적인 차원이라면 고객인 화주(생산자)들에게 운하의 선박이용을 물어보는 것이 첫 번째이다. 개당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갑문, 댐과 같은 시설은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홍수나 수질오염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경제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하 찬성주장에는 이런 내용들이 아예 없거나 부정확하기 일쑤다. 겨우 운하를 연구하고 있는 걸음마 수준인데도 경제적 편익이 높은 사업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만하고 있다. 아무것도 검증된바 없는데도 검토는 끝났고 이제 삽만 들면 된다고 큰소리치는 오만함까지 보이고 있다. 말도 쉽게 바꾼다. 이명박 당선자는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인수위는 호남운하와 충청운하에는 2조 5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한다고 한다. 호남운하와 충청운하는 실체가 없이 강 지도에 선만 그어놓았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