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하는 절대 힘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상태바
억압하는 절대 힘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2.2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이윤덕 교무의 마음으로 만나는 유럽이야기

독일은 생각하기와는 달리 축제의 나라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수다떨기, 에둘러 말하면 토론하기를 즐겨하는 민족이다. 1년 내내 어디에선가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떠들썩한 추수행사에서부터 정장을 입는 오페라 축제까지 기발한 축제의 나라 독일은 1월에 퀼른, 뮌헨, 뒤셀도르프, 마인쯔와 같은 대도시를 비롯 전 국민이 흥에 취하는 다양한 행사의 카니발(바이에른 지방에서는 파씽)을 시작으로 2월 뉘른베르크에서 국제 장난감 박람회, 베를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며, 3월엔 프랑크푸르트 음악 박람회, 튀링엔 지방 바하 축제, 독일 전역의 봄축제, 아이제나하의 여름기원축제 등이 열린다.


4월에는 슈투트가르트 재즈축제, 뮌헨 발레행사, 만하임 5월 축제, 하르쯔산맥에서 노동절 전날 밤에 열리는 발푸르기스축제(Walpurgisnacht) 등이 있으며, 5월엔 슈투트가르트의 국제마임 축제, 뤼데스하임의 적포도주축제, 드레스덴 국제 재즈축제, 5월 마지막 주에서 6월 첫째 주로 이어지는 드레스덴 음악축제 등이 있다.


6월에는 코헴의 모젤와인 주간, 할레의 헨델축제, 킬의 보트경주, 뮌헨 영화 축제, 프라이부르크의 국제 연극축제가 열리며, 7월엔 독일전역의 민속 축제, 뮌헨 오페라축제,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축제, 베를린의 독일과 미국의 민속축제, 클롬바하 맥주축제, 바이마르의 음악세미나가 열린다.


8월에는 하이델베르크 고성축제, 라인란트 지방의 와인축제가 열리고, 9월말에서 10월초엔 세계 제일의 맥주축제인 뮌헨의 옥토버페스트와 베를린 음악과 연극축제, 이어서 프랑크푸르트 도서 박람회, 브레멘 자유시장, 라이프찌히의 게반트하우스 축제, 베를린 재즈페스트 등이 이어진다.


11월엔 라인란트 지역과 바이에른 지방의 성 마틴축제, 12월에는 뮌헨, 뉘른베르크, 베를린, 퀼른, 프랑크푸르트, 에센, 하이델베르크를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린다.


독일을 흥에 취하게 하는 파씽(카니발) 기간은 부활절로부터 역산해 나가기 때문에 해마다 다르다. 부활절로부터 40일 전이 카니발의 마지막 날이 되며 그전의 110일 간이 카니발 기간이 된다. 그러니까 전년도 11월 11일 11시에 축제가 시작되어 서서히 그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데 정작 그 절정에 달하는 것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다.


유럽의 축제와 공휴일이 가톨릭의 축일과 함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종교적 의미가 숨어있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살라 해도 힘든 신자들에게 탈선이 눈감아지는 특별한 날은 꼭 있어야 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이 주간에는 권력을 가진 자나, 종을 부리던 이들도 이때만은 자유롭게 즐기도록 했다고 하니, 축제는 신과 신이 주었다는 제도에 의해 구속된 인간들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인간해방 춤을 추었는지 모를 일이다. 억압하는 절대 힘으로 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것이 바로 축제인 것이다. 올해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벌어진 축제의 절정은 퀼른의 라인카니발로 100만명이 운집하는 등 독일 모든 시가 떠들썩하였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괴테는 1787년 “축제란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 라고 했겠는가?


독일어 사용권의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사순절(四旬節) 이전 3일간 벌이는 축제로 명칭·기간·축제행위는 지역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파씽’, 프랑켄지역에서는 ‘포스나트‘, 슈바벤지역에서는 ‘파스네트’, 마인츠와 그 주변에서는 ‘파스트나흐트’, 퀼른과 라인란트에서는 ‘카르네발’로 불린다.


정확한 최초의 역사적 기원인지는 인정되지 않지만, 그 의식이 거행되었다는 사실이 13세기 초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에 언급 되어 있는 이 축제는 특히 마인츠와 슈파이어 등의 도시에서 시작된 것으로, 퀼른에서는 이미 1234년에 정착되었다.


요란한 가장행렬과 대규모 가면무도회, 풍자와 파격적인 연극 연설과 신문칼럼, 광적인 행위들도 이 축제에서 유래했는데, 이 모든 것은 현재도 여전히 볼 수 있는 신명과 재미다.


세계에서 가장 볼 만한 카니발로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과 독일 퀼른과 마인츠에서 열리는 라인카니발을 꼽는데 국제적으로 관광객을 불러오는 요소로 자리를 잡은 것도 사실이다.


예수 수난절을 앞두고 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행해진 사육제를 앞두고 집에 있는 고기를 먹어 치우기 위한 축제엔 더불어 맥주가 필요했으리라! 1050년부터 빗어온 벨텐부르크 수도원 맥주는 수도원 맥주의 원조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맥주공장이다. 많은 맥주공장의 사장이 주교님이며 수도원장인 나라 종교의 아량일까? 파씽을 앞두고 웬만한 맥주공장들은 일반맥주 보다 독한 복비어를 생산한다. 고기는 안 먹어도 이 맥주를 마시면 금육 금식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 한다. 그들에게 맥주는 술이 아니라 흐르는 빵이라 불린다. 이 얼마나 인간 중심의 몸부림인가 말이다.


레겐스브르크교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