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다문화 사회는 일방적 통합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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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다문화 사회는 일방적 통합사회가 아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4.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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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최서연교무의 우리는 하나입니다

법무부는 결혼이민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영주권을 가지려면 2009년1월 1일부터 한국어 필기시험에 합격하거나 사회통합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취지는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며, 결혼이민자들이 국적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민자들이 처한 현실은 이러한 도움을 받기 보다 통합의 미명하에 인권침해만 더 심해질 것을 예측하게 한다.


정부는 결혼이민자가 국적 또는 영주권 취득을 원할 때 필기시험 합격 또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는 이유로 대다수 결혼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댄다. 이는 이들의 한국어 능력 부족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언뜻 일리가 있는 듯이 보이나 결혼이민자들이 적응을 못하는 문제의 책임을 결혼이민자 개인에게 있다고 보는 견해는 재고되어야만 한다.


이들의 한국어능력이 상당 기간 체류를 해도 낮은 수준에 있고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원인은 그 가족 구성원 및 한국 사회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한국어 능력을 검증하고 한국사회에 대하여 교육하는 것으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안일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보건대, 한국어 시험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를 영주권 또는 국적 취득의 조건으로 강제하는 것은 이주여성들의 체류 불안정을 촉진하고 이주여성들에 대한 폭력 및 인권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많다. 결혼이민자의 대다수인 이주여성의 한국사회 부적응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통합 교육을 강제하기로 했다고 하나, 가사노동, 노부모 봉양, 육아, 돈벌이 등 여러 가지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또한, 영주권 또는 국적 취득과 체류 연장에 한국인 배우자의 협조가 있어야하는 현행 제도로 인해 한국인 배우자가 이주여성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고 생각하여 이주여성을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 상황으로 내몰아온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 시험과 사회통합 교육을 그 가족이 아닌 결혼이민자 개인에게 강제하는 것은 국제결혼 가정 내에 있는 불평등한 위계구조를 강화할 것이며, 시험이나 교육을 빌미로 한 인권침해가 가중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결혼이민자들의 한국 사회통합의 내용은 상호문화를 존중하는 것으로서 다문화적이고 성인지적이어야 한다. 프로그램 내용 선정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현장경험이 많은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 반영하여야 하고, 한국인 역시 그 교육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충분한 성인지적 관점과 상호문화존중의 내용이 포함된 교육이 결혼이민자의 배우자와 가족구성원에게까지 이루어질 때에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목적하는 바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인들이 바라보는 국제결혼에 대해 인식전환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국제결혼에서 생기는 문제는, 여성을 상품으로 보는 한국 남성의 잘못된 국제결혼관과 돈벌이에 눈이 먼 국제결혼정보회사의 사기혼과 인신매매혼적 결혼알선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인종차별적 국민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국제결혼가정에서 생기는 폭력과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결혼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한국가족들이 국제결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사전교육이 사후의 통합교육보다 더 필요하다. 정부는 사회통합교육 이수를 강제하여 결혼이민자들에게만 과중한 책임을 안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도를 먼저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결혼이민자들을 한국사회로 통합시키기 전에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일이 더 시급함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어, 전국 이주여성인권단체들은 법무부의 한국어시험 부활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게 되었다.(4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


외국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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