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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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단상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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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조련 교수의 살며 생각하며

5월의 싱그러움이 코끝을 스치던 어느 날 창덕궁 모퉁이를 마악 돌아서는데 어버이를 위한 카네이션 꽃다발을 든 한 학생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팔소매 끝과 하늘을 향한 창덕궁 돌담 기와사이로 지난 세월 뒤안길 그리움을 캐오듯 알 수 없는 뭉클한 그 무엇이 올라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중2 시절 처음 어머니의 연원으로 다니게 된 낙원동 뒷골목 낡은 목조건물의 종로교당 모습과 죽비치는 울림의 소리가 환청처럼 그때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뒤이은 입정의 순간과 적막감, 그에 따른 주변 풍광들, 이 모든 것이 엊그제 일같이 뇌리를 스치듯 선연히 보이며 들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또 비원 돌담길 따라 걸어가다 보면 원남교당이 나타나는데 고교시절 신축불사에 동참한다며 벽돌 나르며 땀 흘리던 한 소녀가 세월을 가로질러 교당 건물과 오버랩 되면서 그 순간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신기하게도 소태산 배움터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말입니다. 죽비소리와 입정의 순간들, 그 뒤로 벽돌을 나르던 어린시절 바랜 장면들이 40여 년 세월이 지난 이 시간, 지금의 ‘나’의 한 분신으로 저의 깊은 마음 한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교리적 경각심과 봉공심이 오랜 동안 제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심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저 심연의 무의식 건너편 세계에서 저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을 그 기운을 40여 년이 지난 이제야 소태산 배움터 한가운데서 알아차리고 보니 은덕문화원가는 길목에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이한 기분을 한동안 가누질 못했습니다.


5월은 어버이날이 있고 어린이날도 있지요. 며칠 전 미국으로 유학 간 딸아이로부터 꽃다발 배달과 함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근처 교당에서 올리는 108배 기도식에 정성껏 매일 참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심과 정신적 양식이 저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덧 딸아이에게 대물림 되는 듯함을 느끼면서 그 순간 싱그러움의 5월은 우리 가족만의 가정의 달로 가슴속 깊이 촉촉이 다가왔습니다.




# 교화는 체험적 감동에서 출발


요즈음 교단의 5월을 돌아보면 교화 역량 키우기에 다각적으로 매진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합니다. 100주년을 바라보며 비전 제시와 구체적 정책수립 등, 출재가가 일심 합력 노력하고 있는 흔적을 자주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교화란 그렇게 요란스럽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성공적 교화의 비결은 조용히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게 하는 체험적 감동이며 실천적 행동에서 그 답을 찾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교단적 사명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절실한 욕구들의 즉각적인 알아차림과 실천적 모델제시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요즘 현대사회는 ‘선’수행법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요. 알려져 있듯이 불교 템플스테이의 매력에 푹 빠졌던 후기담이 파도처럼 대중들을 향해 전달 파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구사회는 사회 심리학에 기반을 둔 인류의 정신적 원형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고 그 근거를 동양적 사유의 방법에서 찾고자 동양의 정신 문화권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이는 세상의 일상적 삶 속에서 문제해결 방식이나 가족 내외간 인간관계에 있어서 불신과 갈등의 해결의 실마리를 위한 서양의 합리적 인식 사유 접근방법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혼가정의 증가와 가족간 폐륜적 행동 등 황폐한 현상은 날로 신문 사회지면을 가득 메우고 가정의 달 5월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 현대사회 과제해결에 앞장서야


그 때문에 우리들 내면의 허허로움은 더없이 증대되고 있지요. 상대방을 헤아리기보다 내 방식 내 입장에서 재단하며 취사하는 이기적이며 단절된 일방적 관계현상에 지친 나머지 그 해결방법을 다방면으로 찾아 나서게 된 인류는 혼돈의 시대에서 자구책을 구하고자 몸부림친지 오랩니다.


다행히도 현대는 오랜 방황 끝에 대안적 사고로 전환하며 맞춤의 시대로 서서히 들어서는 듯합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일원정신이 면면히 시대정신 속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조용한 촛불시위 방법에서나 무질서한 듯 체계를 갖춘 인터넷 답글의 양상에서 성숙되고 온전한 자주적 교류방식의 성장이 엿보입니다.


보다 자기 자신을 충족시키기 위해 먼저 상대방 입장에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호 협력하는 태도가 더한 층 발전하고 지속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는 상생의 정신이 사회 공동체의 절대적 생명력으로 절실히 요청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후천 개벽시기에 사는 우리 원불교인들은 대종사님께서 제시하신 미래지향적인 생활 속의 마음공부법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시선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며 현대사회의 과제해결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불교 정신의 실현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정신으로 지금부터 내가 여기서 작은 것부터 대상을 향해 긍정적인 방법으로 바꿔나가며 시작의 물꼬를 트면 되지 않을까요? 천지에 갊아 있는 진리, 스승에 대한 진실된 공경심과 부모 은에 대한 깊은 감사심, 그리고 자, 타 자녀에 대한 가없는 자애심을 길러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원만한 동포애를 서원함과 동시에 자신의 자리에서 겸손과 미덕으로 자기불공에 힘쓴다면 교법인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면서 가정의 달 5월에 조금은 대종사님께 보은하는 길이 아닌 가 생각해 봅니다. 소태산 사상에 대한 짧은 단상은 우리 가족 간에 대화거리가 되어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를 도와주니 더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잠실교당, 원불교상담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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