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평양 . 백두산을 다녀와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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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평양 . 백두산을 다녀와서 1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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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008 북한 방문기, 이덕천(평화의친구들 이사)



출발 전에 : 민간단체의 교류협력을 실용정부가 왜 막아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평양-백두산 단체방북이 이루어졌다. 이번 단체방북이 결정되기까지 우리(대북지원단체와 정부)는 어이없는, 남북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아무런 이득이 없는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해왔다. 지난 8월의 평양 장교리 소학교 준공식에 참가하려던 경남의 단체방북도 통일부의 불허로 가로막혔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 다른 민간단체들의 방북시도들도 북쪽의 초청장이 있는데도 통일부가 불허하여 하는 수 없이 단체 대표 몇 사람들만 중국을 거쳐서(심양이나 북경) 평양으로 들어갔다 오는 기막힌 일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방북을 하려는 단체들이 서울-평양 직항 단체방북이 아니면 안간다는 배수진을 치고 통일부를 설득하였고, 정부간 대화가 막히더라도 민간차원의 숨통은 트여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의 압력이 주어지면서 통일부가 단체방북을 허용하게 되었다. 실용주의라는 것은 현실적인 이득이 되면 형식이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실용주의인데, 무슨 고집이나 자존심 대결을 하려는지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너무도 경색시키고 있다. 민간교류를 막는 정부는 실용정부가 아니라 독점정부나 호전적 정부이다. 민간교류가 활발해져야 교류를 다변화하여 독점을 막고 긴장을 풀어서 전쟁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민간교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지난 5년간 가장 활발히 대북지원운동을 전개해온 단체, 지부 성격인 경남 겨레하나운동되기운동본부는 작년 10월 결성되었다.)가 주최한 ‘우리겨레푸른숲 양묘장 건설현장방문 및 백두산 참관을 위한 대표단 100여명의 방북단을 태운 대한항공 비행기는 2008년 9월 27일 인천공항의 아침을 가르며 평양으로 날아갔다.




방문 제 1일 : 평온하고 따뜻한 평양, 여기도 아직 여름 날씨네!


평양 순안공항의 날씨는 따뜻했다. 최근 9월말임에도 불구하고 여름날씨가 계속된 것을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많이 느꼈는데, 이제 반도의 북부지역인 평양도 가을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머무르고 있음을 느끼면서 역시 동포가 사는 우리의 땅이라는 생각을 했다. 북측에서 안내를 맡은 민화협 직원들이 공항에 나왔는데, 2005년과 2007년 두 번에 걸친 평양방문을 한 필자와는 익숙한 인물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개 3-40대 정도의 남자직원인 경우가 많고(드물게 여성들이 있다), 우리 방문단 약 7-8명에 1명 정도의 인원이 배치된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대화를 하다보면 친숙해지다가 ‘다음에 꼭 만납시다’ 하고 헤어진다. 그러다가 또 만나면 반가움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들은 여러 단체들이라 사람이 많아 바뀌는데 민화협 직원들은 단체방북이 이어지면 집에도 못 들어가고 수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의 농민들이 손을 흔들어주거나 학생들이 힘차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들이 예나 비슷했다. 방북단을 태운 버스(남쪽 현대자동차에서 제조한)는 평양중심가의 개선문, 평양공설운동장, 금수산기념궁전, 김일성광장, 인민대학습당, 김일성종합대학 건물을 지나서 만수대의사당 앞에 당도하였다. 만수대의사당은 남쪽의 국회와 같은 최고인민회의 건물이 있는 곳으로 북에서의 최대 크기인 약 20미터의 김일성주석 동상과 기념비로 유명한 곳이다.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빠지지 않고 방문하게 하는 이곳은 만경대의 주석 생가, 주체탑거리와 함께 유명한 방문지인데, 북에서 결혼을 한 신혼부부가 필수적으로 꽃을 갖고 참배하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첫날 평양시내 방문의 느낌은 평양이 너무도 평온하다는 것이었다.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등으로 소란을 일으킨 남쪽과는 달리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안내원들의 모습에서도 전혀 특별히 다른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였는데, 따뜻한 남쪽과 같은 날씨 덕분에 더욱 동질감을 느낀 하루였다.




방문 제 2일 : 묘향산은 최고의 명산


방문 2일째의 일정은 문화답사로서 묘향산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금강산은 화려하나 웅장함이 없고, 지리산은 웅장하나 화려함이 없으나, 묘향산은 화려함과 웅장함을 고루 갖춘 최고의 명산이다”는 말씀을 남겨서 유명한 산이다. 묘향산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1978년 완공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에게 들어온 선물을 모아서 전시한 전람관이 있는데, 30년 전이라는 시점에도 불구하고 건물규모와 초현대식의 시설과 10만 점이라는 양의 선물들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관람하면서 우리 남쪽도 60여 년간 역대 대통령 앞으로 온 선물들을 다 모으면 어떤 정도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였다.


묘향산의 또 하나의 명소는 조선 5대 사찰 중의 하나였다고 하는 보현사(普賢寺)인데, 건물 모양이 멋들어진 향산호텔에서 칠색숭어로 점심을 먹고 방문하였다. 보현사는 고려시대인 1042년에 만들어져 팔만대장경 목판본을 보관하였으나, 6.25전쟁의 미군으로부터의 폭격이 심하여 14개 동의 건물이 파괴되고 일만여 점의 문화재가 손실되었다고 한다. 이번 참관에 동행한 십여 분의 스님들이 보현사 대웅전에 앉아서 법회를 보니 우리 방북단 중의 기독교 장로이신 분이 함께 합장을 하고 절을 하면서 법회에 참여를 한다. 조국통일을 이루자는 보현사 주지스님의 인사말과 우리 방문단 측의 진관스님의 만세삼창으로 법회가 마무리되었다. 보현사 대웅전 안에서 종교와 지역을 초월한 애국과 통일의 믿음이 모아진 시간이었다.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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