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법신불사은님 22, 일기법과 수신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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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법신불사은님 22, 일기법과 수신의 법률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0.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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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현성 교도와 함께하는 정전공부 38

대종사님께서는 정전에서 법률 보은의 출발점으로서 ‘개인에 있어서는 수신의 법률을 배워 행하라.’ 하셨습니다. 수신의 법률은 바로 바른 마음과 정성스러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뜻을 정성스럽게 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요?


대종사님께서는 법률 보은의 항목으로 크게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로 나누어서 수신과 제가, 치국, 평천하의 법률을 배워 행하라 밝히셨으므로 이는 <대학>의 팔항목과 그 대의가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송대 주자께서는 유학의 체계를 세우면서 예기에서 <중용>과 <대학>을 분리했습니다. <대학>에서는 삼강령으로 친민(親民), 명명덕(明明德), 지어지선(至於至善)을 밝혔고, 삼강령의 하나인 명명덕은 다시 여덟 항목인 격물, 치지, 정심, 성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팔항목이 나와 있는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천하에 밝은 덕을 드러내려는 사람은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는 先治其國하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欲治其國者는 先齊其家하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닦고(欲齊其家者는 先修其身하고), 그 몸을 닦으려는 사람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欲修其身者는 先正其心하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欲正其心者는 先誠其意하고),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앎에 도달하여야 하니(欲誠其意者는 先致其知하나니), 앎에 도달하는 것은 사물을 궁구함에 있다(致知는 在格物하니라)고 하였습니다.


<대학>에서는 수신의 근본으로 바른 마음이 먼저고, 바른 마음에는 뜻이 정성스러워야 함을 말씀하였습니다. 그리고 뜻이 정성스러우려면 반드시 사물을 궁구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格物致知)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밝히신 격물치지는 안으로 자성의 본래 모습을 깨달아 공적영지의 광명을 회복하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삼학의 공부법인 정신수양과 사리연구, 작업취사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신의 근본인 정심과 성의에 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신의 법률인 정심과 성의의 바른 공부법


먼저 안으로 자신의 성품을 살펴서 성품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스스로의 성품이 어떤 모습인지 깨닫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든 부처와 성현, 석가모니와 예수, 모하메드께서 깨달으셨던 성품, 일체 중생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성품의 실체가 하나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성품의 본래 모습을 보고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봐야합니다. 고요한 가운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기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수없는 생애를 오고가면서 쌓여서 안개처럼 가려진 업의 장막을 뚫고 한 줄기 지혜의 빛이 우리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는 것이 바로 선(禪)입니다. 몸을 편안히 하고 모든 기운을 단전에 내린 채, 한 호흡 한 호흡에 의념을 모아서 스스로 깊은 무의식의 세계 저편으로 침잠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도달하게 된 한 줄기 지혜의 빛이 바로 어떤 재물과도 바꿀 수 없는 공적영지의 광명인 것입니다. 이것이 있어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이고, 우리의 삶에서 도덕이 나오고, 종교가 나오며, 법률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 공적영지의 광명을 회복하지 않으면 격물치지도 없고 격물치지가 없으면 뜻을 정성스럽게 할 수도 없으며,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좌선을 하지 않으면 격물이 없고 격물이 없으면 치지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농타원 이양신 교무님께서는 제가 한때 기도에 열성을 보이자 “예타원 종사께서 얼마나 좌선을 열심히 하셨는지 아느냐? 좌선을 하지 않으면 힘이 쌓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일기법과 수신의 법률


대종사님께서는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반성하기 위하여 상시일기법을 제정하였으며,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시키기 위하여 정기일기법을 제정하셨습니다.


상시일기법은 일상생활에서 성품의 근본 원리에 따라 마음을 작용할 때 유념·무념을 기재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일을 당함에 있어서 유념으로 처리한 것과 무념으로 처리한 번수를 조사 기재하되, 하자는 조목과 말자는 조목을 두어 취사하는 주의심을 가지고 한 것은 유념으로, 취사하는 주의심이 없이 한 것은 무념으로 구분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일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취사하는 주의심을 놓고 안 놓은 것으로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그러다가 공부가 깊어 가면 일이 잘되고 못된 것을 기준으로 점검합니다. 일과 중에서 학습 상황은 어떠했는지, 예회와 입선의 참석 여부도 기재합니다. 계문의 범과 유무도 기재하고, 문자를 모르는 공부인은 검은콩과 흰콩으로 유무념을 대조하는 태조사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기일기법이 있습니다. 정기일기에 당일의 작업 시간 수를 기재시켜서 밤낮 24시간 동안 가치 있게 보낸 시간과 허망하게 보낸 시간을 대조하여, 한 순간도 허송하지 않도록 하셨던 것입니다. 정기일기에는 당일의 수입·지출을 기재시켜 수입이 없으면 수입의 방도를 준비하여 수입을 늘리도록 하며, 지출이 많을 때에는 가능한 한 지출을 줄여서 수입과 지출을 대조하도록 하셨습니다. 정기일기는 항산에 항심이 있다고 수지 대조를 통한 경제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공부법입니다. 그리고 심신 작용의 처리건도 기재시키셨습니다. 정기일기를 쓰다보면 그날그날의 시비를 감정하여 죄복의 결산을 하게 하며, 취사의 능력을 얻게 됩니다.


성품의 원리에 입각한 바른 마음, 그 바른 마음을 정성스럽게 지키기 위한 공부법으로 대종사님께서는 일기법을 두셨습니다. 일기를 기재함에 따라 이치가 밝아지는 정도를 대조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원불교의 일기법은 격물치지를 통해 정심과 성의를 기르는 공부법이고, 수신의 법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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