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를 위해 용기 있게 싸운 정치인, 고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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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위해 용기 있게 싸운 정치인, 고 노무현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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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모담 / 국회의원 김성곤, (여의도교당)

필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인도 뉴델리에서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실행위원회 회의 차 인도에 가 있었는데 아침 좌선을 하던 중 날라 온 ‘노무현 대통령 사망 - 자살 추정’이란 12자의 문자 메시지는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그 때 나의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것은 정말 답이 아닌데…, 이 고비를 어떻게든 넘겼어야지…. 최고 지도자의 자살을 보는 이 땅의 청소년들은 어떻게 하고? 심약한 사람 아닌가?”


그러나 귀국 후 이러한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오백만의 엄청난 추도 물결…. 아이들까지 데리고 두, 세 시간씩 기다리며 수 십 명씩 열을 지어 분향하고…, 그 중의 다수는 눈물에 심지어 통곡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당을 한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을 보고 과연 이 뜨거운 추도의 열기의 원인은 어디 있을까 자문해 보았다. 답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측은지심 혹은 억울함 그리고 서민을 대변하는 훌륭한 대통령이었다는 존경심 등의 발로였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15대 국회의원을 같이 보냈다. 필자의 아버님과 노무현 전 의원이 학교(부산상고) 선후배 간이라 쉽게 인사를 하였는데, 당시엔 평범한 의원으로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필자가 16대 국회를 쉬면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장으로 천안에서 근무할 때 당시 민주당 경선에 나선 노무현 후보가 본인 캠프에 참여해 달라고 직접 천안까지 와서 요청하였다. 필자는 원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공무원 신분이라 돕기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그 뒤 열린우리당이 창당되고 필자는 17대 총선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였다. 당시 호남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을 배반하고 신당을 만들었다하여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민주당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필자는 전남 여수에서 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게임을 하였는데 마지막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터지는 바람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다. 필자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도움을 크게 본 셈이다.


당선 이후 얼마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필자를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먹으며 미국에 수감 중인 필자의 친형인 로버트 김을 위로하며 그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셨다. 또한 임기 말기에는 원불교 UR 운동의 일환이기도 한 사단법인 종교평화국제사업단을 창립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방문해 사업을 설명하여 흔쾌히 협조를 약속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간 간 직후에는 원불교 경전과 처가 직접 쓴 ‘웃음’ 액자를 들고 신앙생활을 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웃음 액자는 봉하마을 대통령 사저 응접실에 걸려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무현 식으로 살다가 노무현 식으로 죽은 사람이다. 본인에 대한 수사가 억울하기도 하고 국민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죽음이란 최강의 승부수를 띄워 정치적 수세도 완전히 역전시키고 영원한 국민적 영웅으로 남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정말 죽어서 크게 산 사람이다.


물론 그도 여러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임기 중 필자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제 대통령이란 최강자가 되었으니(보수 세력과) 싸움하는 인상을 주지 말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건의하였더니 “포용만이 능사가 아니고 싸울 때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답하였다. 그는 정말 평생을 차별, 불의, 지역패권 등에 맞서서 치열하게 싸운 사람이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 더 큰 이익을 얻는다는 법문을 용기있게 실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역 앞에서 마지막 분향 후 노란 띠에 “진정 용기있는 정치인 - 노무현”이란 12자를 써서 걸어놓았다.


이제는 고히 잠드소서.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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