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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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6.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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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할 때 쓰이는 말. 자격이나 면허 없이 이들을 필요로 한 일을 하는 것.




열아홉 살. 막 수능시험을 마친 우리에겐 언제나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쌍커풀을 할까, 점을 뺄까. 오죽하면 ‘어느 맛사지샵 4명이 단체로 가면 다 합쳐 50만원 한다’는, 말도 안되지만 그때는 큰 떡밥(?)도 심심치 않게 흘러다녔다. ‘점 빼는 아줌마’한테서 빙초산과 밀가루를 섞은 용액으로 점을 태워 없애는(!) 건 하나에 이천원쯤 했다. 그러니까 그 맛사지샵과 점 빼는 아줌마가 하는 거, 그게 바로 야매다.


그런데 이 야매들, 비온 뒤 죽순처럼 늘어날 예정이다. 포돌이들이 용산추모며 서울광장 막느라 단속 안뛰는게 (일리 있지만 일단 여기선) 아니다. 바로 정부가 그토록 바라옵는 ‘의료 민영화’ 덕분이다.


의료 민영화, 그러니까 이거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시장(市場), 즉 병원과 환자에게 떠넘기는 거다. 이제까지 정부에서 어느 정도 부담하고 있었던 비영리병원과 국가의료보험을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으로 변신시키면 된다. 과거 미국이 시도했다가 처참히 실패한 게 바로 이 의료 민영화다. 미국의 보험료 수준은 다른 나라 저리가라지만, 감기걸려 병원 한번에 100만원, 맹장 수술하는데 3천만원 든다. 오마이갓. 당연히 보험료도 오른다.


누가 봐도 뻘소리, 작년 초 했다가 엄청난 반대에 식겁해 몇 달만에 쏙 들어간 얘기다. 그게 올 5월 ‘의료서비스 선진화’로 이름을 바꿔 알맹이 고대로 내놓았다. 아아…, 이게 정부냐, 작명소냐, 아님 이름 바꿔야 돈버는 간판가게냐?


손가락 두 개 부러진 환자, 한 개에 250만원이라 한 개만 맞추고 나오거나, 아기 낳을 2천만원이 없어 임신 안하겠다는 것, 그리 먼 얘기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의료 민영화되면 어차피 중소병원도 망하고 병원계의 대기업만 비싼 사람들 상대할 터, 돈없고 빽없으니 ‘야매 박피수술’이나 해야겠다는 피부과 (지금은) 의사 내 친구, 이봐, 4명 단체에 50% 디스카운트,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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