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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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7.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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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태양에서 세 번째로 가까운 행성.


- 인류가 사는 천체로, 달을 위성으로 가진다




슬프기보다는 당혹스럽다. 북극곰이 빙하를 잃고, 하늘엔 자꾸 ‘빵꾸’가 나고, 세상에 물이 말라가는 그런 뉴스들. 어머 어쩜 좋아, 하는 이면에는 그래서 어쩌라고, 가 왜 없으랴. 나는 북극곰도 안 키우고, 차없는 뚜벅이에다, 음식쓰레기 재활용쓰레기도 대부분(?) 분리하고… 이러니 내가 초록띠 두르고 날아갈 수는, 검은 비닐하우스 안에 처박혀 살 수는, 세수한 물로 양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도, 누구든 조금씩은 지구는 지켜야 한다. 일단 초록별 지구는 예쁘니까. 박스 몇 개 끌고 이사갈 다른 행성이 있으면 모를까, 아직까지도 우리는 화성에 물이 있다는 사실 하나에 방방거리고 있을 뿐이다. 또, 지구는 예쁠 뿐만 아니라 착하기까지 하지 않냔 말이다. 괴롭혀도 학대해도 밤낮이 바뀌고 계절은 온다. 게다가 공룡과 그 비스무리한 것들을 한 방에 보내버린 거대한 우주 부스러기들까지도 요리조리 잘 피해간다. 게다가 인간들이 별 시덥잖은 이유들을 가지고 맨날 지지고 볶고 쑤시고 베어도 지구는 우리를 내치지도 않아주시는 거다. 아, 고마운 지구씨.


힘들여 나쁜 짓 하는 것보다 작게 착한 일을 하는 게 낫다. 왜냐면, 나쁜 짓은 힘드니까. 허나 무엇보다도, 지금도 하루 스무시간 자고, 나머지 네 시간엔 하품이나 해대는 아기들에게 미안한 삶을 사는 것이 두렵다. 어쩌다 지구에는 기생하고 있지만, 죄도 없는 아기들의 미래에 기생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타임머신 타고 미래로 가 그 아기들에게 물어 ‘네네~ 백년 전 말씀이십니까? 그 때 그거 공사하지 그러셨어요~’라는 대답 듣지 못할 거면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제발 아무렇지도 않게 묻어버리지 말자. 이기심과 욕심으로 망가뜨려놓은 초록별 지구, 이 쯤되면 사람이란 게 이 세상에 ‘소풍’ 온 게 아니라 ‘잘못하러’ 온 거 아닌가. ‘경제’, ‘이윤’, ‘효율’ 따위, 이 행성의 아름다운 시절에는 듣도 보도, 존재하지도 못했을 그 단어들에게 목졸려 산이 무너지고 있다, 강들이 숨 막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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