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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9.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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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 어딘가에 심하게 빠져있는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비속어


- 연예인 극성 팬의 경우 남자는 빠돌이, 여자는 빠순이라 부름 <위키백과>




공항에선 소녀들이 울고 있었다. 반 아이가 유학을 갔나? 아님 외국 연예인? 의문은 금방 풀렸다. 몇 년 전 “한국이 싫다”고 했다고 엄청난 욕을 듣다가 결국 팀을 탈퇴한 J군이 몇시간 전 미국으로 떠났단다.


정말 죽일듯이 들고 일어섰더랬다. 꼭 나흘만에 모든 일들이 일어났고, 그날 모든 일들이 완료된 것이다. 아, 이토록 빠르고 마무리 확실한 대한민국.


그럼 그렇지, ‘빠’들 역시 들고 일어났다. 이젠 소속사 별로 포진되다 보니 전장의 피가 모니터 밖으로까지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J군과 그가 속한 그룹의 빠들은 소속사 건물에 포스트잇을 붙이더니,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십시일반해서 일간지에 광고도 냈다. 소속사의 모든 상업적 콘텐츠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래, 여기까지는 쫌 삐졌구나~ 싶었다.


네이버 콩. 한알당 1백원꼴로 블로그나 메일 쓸 때마다 주는 걸 기부할 수 있다. 빠들, 이 콩들 모아 J군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헌혈을 하고, 사회봉사를 한단다. ‘J군과 함께 반성하겠다는 의미’라고 발표했다.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유도·지속할지에 대한 수준 높은 방법들도 내놓는다. 부모보다도 옵하, 우리 옵하 라이벌엔 무조건 악플달기 등으로 욕먹던 빠들, 마냥 문제아로만 생각되던 그들도 ‘진화’하는 것이다.


잘잘못은 모르겠다. 따지기도 싫다. 다만, 분명히 ‘빠’들, 그러니까 팬들의 의식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개념있는 빠들,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동생을 마중나간 인천공항. 침울한 분위기에 욕먹기 딱 좋은 알록달록 헬륨풍선에 파티모자까지 쓴 우리에게 한 소녀가 다가왔다. 맞다, 솔직히 긴장되더라.


“언니~ 풍선 완전 예쁜데 하나만 주시면 안돼요?”


(무서워서) 두 개 떼줬다. 소녀가 웃었다. 자랑하다가 날려버리고도 꺄르르~다. 그래 그렇게 웃어라, 피도 안 말랐다며 무시해서 미안하다. 어리다고 놀리는 거, 이제 안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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