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산부증유산, 앙산이 '아직 산구경도 못했느냐'고 나무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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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산부증유산, 앙산이 '아직 산구경도 못했느냐'고 나무라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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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21

사람이 진리를 깨치지 못하면 까막눈입니다. 인생이 가야 할 길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그 삶이 어찌 평탄하고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필자는 일원대도를 만나기 전 너무 제 멋대로 살아 하느니 싸움질이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쓰러트려서라도 내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인가에 골몰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살아온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필자와 같이 형편없는 중생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건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하고 그 길로 한 결 같이 달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 방법을 우리는 도(道)라 하고, 그 도를 깨치고 실행해 가는 일을 수행(修行)이라 하지요.


「무릇, 도라고 하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길을 이름이요, 길이라 함은 무엇이던지 떳떳이 행하는 것을 이름이니, 그러므로 하늘이 행하는 것을 천도(天道)라 하고, 땅이 행하는 것을 지도(地道)라 하고, 사람이 행하는 것을 인도(人道)라 하는 것」이라고 소태산(少太山) 새 부처님께서 대종경(大宗經) 인도품(人道品) 제1장에 밝혀 주셨습니다.


그럼 이 떳떳한 길을 깨치는 것을 도를 깨달았다고 하는 것인데, 이 도를 깨치는 방법이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자신의 내면세계, 즉 성품(性稟)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죠. 성품이라 하는 것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근본 성질로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본래마음,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본질이 하나로 일치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배구슬, 그것이 곧 성품인 것입니다. 그 성품을 깨치는 방법은 좌선과 기도 등 각종 수행을 통하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옛날에 앙산(仰山) 화상이 찾아온 납자(納子)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어디에 있다가 왔는가?”


“예 여산에 있었습니다.”


“그럼 오로봉에 가 보았겠군.”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화상은 그 운수납자에게 이렇게 질책을 했답니다.


“ 이 사람아, 아직 산놀이도 못했단 말인가!”


(擧, 仰山問僧 近離甚處, 僧云 廬山. 山云 曾游五老峰ꠙ ꠓ. 僧云 不曾到. 山云 ꠙ ꠗ黎不曾遊山.)


여러분께서는 여산(廬山)의 오로봉(五老峰)을 다녀오셨는지요? 여산은 중국 강서성에 있는 명산으로 그 중에서도 오로봉은 빼어난 경치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태백이도 “여산의 오로봉은 푸른 하늘로 솟구치는 부용(芙蓉) 같다”고 읊었을 정도라니 가히 그 경치를 짐작할 만합니다. 필자도 아직 오로봉에 올라 놀아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산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천태산 국청사에 가서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의 그림자(影幀)는 만나 본 적은 있습니다.


여기서 앙산이 납자를 질책했다는 것은 단순히 여산의 뛰어난 명승지인 오로봉을 구경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누구나 갖추고 있는 ‘진여본성(眞如本性)’의 봉우리를 아직도 답파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하는 것이 화상의 본뜻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봄이 되면 산으로 들로 꽃구경을 다닙니다. 우리 원불교 서울문인회에서도 지난 봄 소록도로 문학기행을 다녀왔습니다. 매곡(梅谷)에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무릉도원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매곡의 매화가 섬진강 매화마을의 매화꽃보다 더 아름다웠을까요?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매화꽃보다 아름답고 늦은 가을의 내장산 단풍보다 더 붉은 우리의 진여본성이 화려하게 피어있을 것입니다.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밖으로의 절경만 찾아다니려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소를 타고 소를 찾아다니는 어리석은 사람이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사랑도 행복도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도만 깨치면 이 길 저 길, 이 산 저산이 무한정으로 뻗쳐 있는 것처럼, 내 안에 행복과 성공의 길이 천 갈래 만 갈래로 펼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옛 선사들께서 이르시기를 “진리를 밖에서 구하지 말고 내 안에서 찾으라(莫覓外求)라” 하셨나봅니다. 우리 금년에는 모두 오로봉에 올라 절경을 즐겨보도록 하십시다.


*앙산(仰山): 807~883, 소주(蘇州) 회화현(懷化縣) 출신. 속성은 섭(葉)씨. 법명은 혜적(慧寂). 시호는 지통대사(智通大師). 소석가(小釋迦)로 불리 울 만큼 지혜가 뛰어났던 앙산 혜적경은 스승 위산과 함께 위앙종을 개창했다고 한다.


*한산(寒山)과 습득(拾得): 당나라 때의 인물로 거지 몰골에 미치광이 모습을 하고 다닌 은둔의 도인. 천태산 한암(寒巖)의 동굴에서 기거하며 뛰어난 선시(禪詩)를 많이 남겼다.


여의도교당, 원불교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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