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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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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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진상 교무의 '우스리스크에 희망을'

새해 첫날, 어제가 별날이 아니고 오늘이 별날이 아닌데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교당에 함께 사는 자원활동가들은 오랜만에 휴일을 즐기는 까닭인지 늦잠이다. 이제 깨워야지, 오늘 아주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는데….


점심시간, 드디어 귀한 손님이 오셨다.


북한 노동자들, 자신들이 직접 만든 김치랑, 찰떡이랑, 동태 몇 마리를 사서 들고 놀러 왔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교당에 부서진 공사를 담당했던 사람들로 공사가 끝난 후에도 난 그들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었고, 그들은 나에게 전기며 하수도 등등 실제적인 일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찰떡은 직접 메로 쳐서 만들었고 투박하지만 정말 맛이 있었다. 김치는 열악한 사정을 보여주는 듯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지만 시원한 물김치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동태, 무가 없었던 나는 이걸 어찌 해야 하나 걱정을 했더니 동태 회를 먹겠단다. 어라?? 우린 동태 회는 안 먹는데…. 아무튼 초고추장에 버무린 동태살은 아주 맛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려인 릴리야와 마리나 그리고 그녀들의 자매들, 조선족 유학생 문엽이, 한국 유학생들, 한국 자원봉사자 대학생들까지 방문해 갑자기 교당에 사람이 넘쳐 났다. 한꺼번에 몰려든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었고, 난 수제비라도 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하겠다고 주방을 점령하고는 정신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 버린다.


그래도 좋다. 이 먼 외국 땅에서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 외로운 곳에서 나를 찾아 와 준 사람들. 교당이 추워서 아끼고 아낀 석유난로에 전원을 넣고 거실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건지 시끄럽게 떠들고만 있는 건지….


이곳 우스리스크에는 네 종류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러시아고려인, 중국조선족, 북한노동자, 그리고 한국인, 우린 분명히 같은 핏줄을 가진 민족임에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다. 오늘 교당에 이들이 다 모였다. 인구20만의 작은 도시 우스리스크, 겨울이면 영하 30도를 웃도는 기온이지만, 도시 전체가 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고 우리 고려인들이 4만이나 살고 있는, 스탈린의 강제 이주로 중앙아시아지역으로 갔던 고려인들이 다시 그들의 고향같은 이 땅을 찾아오게 되는 역 이주가 시작되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사할린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픔을 느끼는 땅이다. 그러나 연해주의 우스리스크는 아픔의 역사와 독립의 역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중요한 땅이다. 우리가 러시아와 적대관계였기 때문에 이 지역의 독립운동의 역사를 우린 배울 수 없었다. 올해가 안중근의사의 의거 100주년이다. 그가 손가락을 자르고 대한독립을 위해 과감히 목숨을 버리기로 동지들과 함께 단지동맹을 했던 곳이 바로 연해주 이곳에 있다. 우리의 독립을 위해 전 생애를 통해 모았던 많은 재산을 아깝지 않게 모두 독립자금으로 내 놓았던 최재형 선생의 삶이 바로 우스리스크에 있다. 대한제국 황제의 밀서를 가지고 헤이그에 가서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을 외치다 죽음을 맞이한 이상설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곳이 바로 우스리스크이다. 옛 발해의 땅이었으며, 지금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있는 이곳 연해주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는 땅이다. 드넓은 땅, 지평선으로 해가 뜨고 지고, 물조차 멈춰버린 이 땅 연해주. 난 이곳에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


비록 지금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고려인문화센터 안에서 한국어 수업과 우리옷 입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김치를 비롯한 우리의 음식들과 절하고 상차림 등 의식주 문화와 전통 혼례 및 전래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의 문화를 전달하는 일들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반드시 연해주 전체가 내가 교무라는 사실을 알게 할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낼 것이다. 지금은 혼자서 고군분투하지만 법당 가득 교도들을 모아 놓고 법신불찬송가를 큰 소리로 합창할 수 있는 그날까지 추위야, 물러가라~! 외쳐 본다.



(http://cafe.daum.net/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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