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단을 상담의 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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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화단을 상담의 터전으로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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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울 속의 거울 / 구명신 , (원불교상담연구회, 분당교당)

원불교는 교단 전체가 교화단이라는 이름 아래 10명의 교도가 단을 이루고 소집단의 구성원이 되는 형태로 조직이 되어 있다. 성불제중을 목표로 하는 교화단 구성원들 간의 상호관계는 단장 한 사람이 아홉 사람 손을 이끌어 주되 단원들 서로가 제도하고 제도 받는 역동적인 관계이며, 단계적인 마음공부로 각자가 또는 함께 자기 내면세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자신과 가정, 나아가 세상을 제도하는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적 관계이다.


상담 치료적 관점에서 교당 단회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집단상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또한 자기 성찰적인 여성의식 향상 그룹(consciousness raising group)에서 8-12인이 일정기간 동안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자신의 여성적 경험을 나누고, 인간적인 삶을 위한 내적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단회에서 단원들이 숨결을 맞대고 가까운 거리에 모여앉아 자신의 내면적인 신앙체험을 말하고 듣고, 공감, 지지하는 과정이라든지 또는 다양한 연령대의 단원들이 모여 앉아 일상생활, 자녀, 부부 등 가족생활 주변의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들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수용적인 분위기 등은 상담치료가 진행되고 있는 상담현장의 모습과 흡사하다.


일찍이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선원에 입선하는 것을 “마음병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것과 같다”(수행품 56장)고 갈파하시고 그 병명을 돈의 병, 원망병, 의뢰의 병, 배울 줄 모르고 가르칠 줄 모르는 병, 공익심 없는 병이라고 진단을 내리신 바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갖가지 마음병에 감염되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교화단은 마음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아픔을 쓰다듬어 주는 역동이 일어나는 은혜가 가득한 곳이기를 기대한다. 지식으로서의 교리가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한 태도와 마음이 상호작용하는 은혜의 나무를 기대한다. 상처를 감추고 숨겨두는 동안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치료의 은혜가 생산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원망하는 마음, 이기적인 마음, 화내는 마음을 고쳐보려고 교당에 왔는데, 병을 두고 피하고 흉을 보면 치료기회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 교화단을 상담적 치유의 은혜가 생산되는 역동적인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와서 편하게 자기를 드러낼 수 있고, 병증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을 터놓고 내보일 수 있는 따뜻하고 신뢰하는 상담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교화단은 인원수나 진행 양태, 집단내 상호작용 등 상담분야의 소집단의 특징적인 성격을 상당부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마음치료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과 증세에 따라 근본적인 치료법으로서의 마음공부로 대치할 부분과 기존의 상담치료에서 발전시킨 다양한 상담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단회를 활성화하고 치료효과를 증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교화단에서 상담적 기법의 적용은 앞으로 상담전문가들의 구체적 프로그램 개발과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달렸다.


성장 상담가 하워드 클라인 벨은 “내면세계는 치유의 힘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면 내면으로부터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힘을 끌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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