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술래잡기'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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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술래잡기'라 푼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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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해관 교무의 재치문답 18

인사이동기다. 동지들의 새 임지를 살피다가 문득 이 노래가 떠오른다.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조용필 노래가 한바탕 유행일적에 동네친구들과 술래잡기하다가 장롱 속에 숨었는데 깜빡 잠이 들어 온집안 난리를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혼자 빙그레 웃었던 적이 있다. 어찌보면 삶이 술래잡기요, 우리네 공부가 술래잡기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인생의 요도, 공부의 요도를 밝히신 원불교를 ‘술래잡기’라 푼다.


진공묘유의 조화는 우주만유를 통하여 무시광겁(無始曠劫)에 은현자재(隱顯自在)하는 것이 곧 일원상의 진리라 하신다. 숨었다 나타났다 온갖 조화를 부리는 진리를 찾아내어 진리생활을 하자는 우리는 정녕 술래다. 진리의 숨바꼭질에 휘둘리지 말고 그 조화를 즐기고 누리며 자유하자는 우리는 마치 술래요, 그 길을 밝히신 원불교는 술래잡기 묘방이라 하겠다. 불보살들은 이 천지를 편안히 살고 가는 안주처를 삼기도 하고, 일을 하고 가는 사업장을 삼기도 하며, 유유자재하게 놀고 가는 유희장을 삼기도 한다 하신다.(불지품23장) 처한 바 기틀을 보아 안주처로 숨기도 하고 사업장에 나서기도 하고 유희장에 즐기기도 하는 불보살의 숨바꼭질! 능동과 자유자재의 술래잡기 아닌가? 원불교 공부는 술래잡기라 푼다.


스물여섯에 출가식을 하고 첫 임지로 떠나려 새내기 교무들 다함께 종법사님께 인사를 간 자리, 어디로 가느냐 일일이 물으시고는 하나같이 거참 좋은 데로 가는구나 박수한번 치자! 하시며 첫부임을 격려하시던 추억. 그러시고는 대인군자 진퇴의 도 주역건괘를 새겨주시었다. ①뜻을 얻지 못할 때에는 경망되이 구하지 말고 먼저 덕을 닦을 따름이요. ②출세하였으나 앞길을 개척하여 주는 올바른 지도자를 만나야 되고 ③지도자를 만났더라도 스스로 근엄하여 남몰래 쌓는 노력이 있어야 허물이 없고 ④설사 선택이 되었다 하더라도 여의치 못할 때에는 다시 자중하고 숨어 도로써 힘을 기를 줄 알아야 허물이 없고 ⑤비록 위를 얻었다 하더라도 좌우상하에서 밑받침이 되고 돕는 어진 사우가 있어야 되고 ⑥극한 자리는 위태한 자리라 반드시 변함이 많은 것이니 도에 넘치지 말아야 후회함이 없을 것이다. 나고 숨고하는 고차원의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부촉하신다. 원불교는 술래잡기 놀이가 맞다.


성현들은 심신의 거래를 자유 자재하시는지라 일의 순서를 따라 나신 국토에 다시 나기도 하고 동양에나 서양에 임의로 수생하여 조금도 구애를 받지 아니하시나니라. 과거에도 이 나라에 무등(無等)한 도인이 많이 나셨지마는 이 후로도 무등한 도인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전무후무한 도덕 회상을 마련할 것이라 하신다.(변의품30장) 불보살들은 행·주·좌·와·어·묵·동·정간에 무애 자재(無碍自在)하는 도가 있으므로 능히 정할 때에 정하고 동할 때에 동하며, 능히 클 때에 크고 작을 때에 작으며, 능히 밝을 때에 밝고 어둘 때에 어두우며, 능히 살 때에 살고 죽을 때에 죽어서, 오직 모든 사물과 모든 처소에 조금도 법도에 어그러지는 바가 없나니라 하신다.(불지품4장) 무등등한 도인들이 세도인심을 고르고자 은현자재하시며 법을 이어 전하는(佛佛繼世 聖聖相傳) 술래잡기 회상이다, 원불교는.


여의보주(如意寶珠)가 따로 없나니, 마음에 욕심을 떼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자유자재하고 보면 그것이 곧 여의보주니라(요훈품13장) 하신다. 용심에 숨어드는 욕심을 찾아내는 술래가 되고 하고 싶어 치닫는 맘, 하기싫어 까라진 맘 밝히 찾아 네 이놈! 하며 다스리는 눈 밝은 술래가 되고, 진대지가 이 도량이요 진대지가 이 정토라 하시니(무시선법) 티끌세상에 그대로 찬연한 바로 그 도량, 그 정토를 찾아 즐기는 눈 맑은 술래가 되어 볼 일이다. 시봉인 오덕관(吳德觀)의 출가 동기를 들으시고 네가 어머니 고흥권(高興權)의 정성으로 출가하였다니 전무출신 한 사람의 출가 뒤에는 반드시 숨은 도인이 있음을 알겠더라. 너는 어머니가 항마도인인 줄 아느냐? 하섬에 가다 배가 뒤집혔을 때 ‘나는 늙었으니 저 학생들 먼저 건지라’ 하며 자신은 맨끝에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 그 일이 참으로 훌륭하다. 이런 도인이 교단 구석에 많이 끼어 있어야 한다(대산3집) 이르신다. 진퇴의 도로 숨을 때 흔적없이 잘 숨고 나설 때 용기있게 나서는 심법의 술래잡기를 이르신다. 능졸자재하고 명암자재하며 은현자재하는 용심의 술래! 그래서 원불교는 술래잡기라 푼다.



망우청소년수련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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