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교당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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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교당을 만들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3.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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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도훈 , (화정교당 교도회장)

서울교구에서 한 때 내걸었던 교화 슬로건이 ‘열린 신앙공동체’였다. 기존 교도들끼리 너무 법정이 돈독해져서 새 교도들이 그 ‘공동체’ 속에 들어오기 어려운 점을 고쳐서 교화를 활성화 하자는 취지였다.


지금 서울교구 교도들이 이 슬로건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계속 추구해야 할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열린 교당’ 만들기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교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 교도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불교 개교의 동기에 밝혀 주신 모든 중생을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교도가 아닌 보통 사람들한테도 원불교 신앙의 모습을 열어야 한다.


명동성당이나 조계사를 방문하면서 저절로 천주교와 불교의 신앙의 분위기를 느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불교가 교화의 추진력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열려 있는 산사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모셔져 있는 부처님과 그 부처님께 절하고 있는 교도들의 신앙의 자세를 볼 수 있는 데서 나온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외국에서 온 이슬람 교도들과 함께 경주의 고찰을 방문했을 때 이들이 산사의 그 경건한 분위기를 높이 샀던 것을 기억한다.


이슬람교가 매우 배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스크를 방문해 보면 그 장소가 얼마나 열려 있는 신앙처인지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어떤 여행자라도 들어오면 목을 적실 수 있는 물과 공부할 수 있는 코란이 모스크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성직자들은 이들과 언제나 격의 없이 토론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 유럽 성당들을 방문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 시설들이 관광의 명소로 취급될 정도로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경건한 미사가 진행되는 모습까지도 열어놓는 경우도 많다.


원불교 교도들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우리 법이 최고야’라는 자부심이 우리들 사이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최고인 법을 모든 사람들에게 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원불교 신앙의 우수성을 알릴 것이며, 어떻게 교화대불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부친상 (치산 김치국 정사) 때 총부를 방문하고 하룻밤을 지내본 직장 동료들은 총부에서 원불교 신앙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원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런 총부와 같은 신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소가 가까이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아직 많은 우리 교당들이 일반 가정집 같거나 혹은 도시 상가의 한 층에 입주하고 있기에 교당을 열어놓기가 쉽지 않음을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에 총부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소가 한 군데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불교 신앙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끼게 만드는 대표적인 교당들 (반드시 큰 교당이라는 뜻이 아니다)을 만들지 못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점이다. 그 가장 좋은 터라고 생각되었던 서울교당은 이제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렸지만, 지금의 서울회관 자리는 이런 목적의 거룩한 장소를 조성할 마지막 남은 희망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몇 십층짜리 건물을 지어 많은 사무실을 임대하여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옳을지, 서울교구청과 함께 지어져 원불교 신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열린 교당’을 마련하는 것이 옳을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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