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에 발이 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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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 발이 묶이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3.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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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혜경 간사의 아이티 구호기 두번째 아이티 이야기

뉴욕에서 도미니카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하룻밤은, 공항까지 마중나와 주신 뉴욕 교당 교무님, 교도님들의 환대로 따뜻하게 보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사은님의 은혜는, 세계 속 교단이라는 말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잠깐이었지만 편안하게 푹 자고 새벽 3시쯤 일어나 다시 뉴욕 공항으로 출발했다. 4시간 정도 비행기로 이동하고, 의료 물품 등의 짐을 찾고, 산토도밍고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김기남 팀장과 도미니카 NGO 대원들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은 아무 탈 없이 원활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도미니카 대원들을 만나서도, 컨테이너·학용품 등의 학교 지원 물품과, 생수·쌀·텐트 등 난민촌에 나눠 줄 구호 물품의 현지 구입 과정, 구호 대원들의 차량 이동과 숙식 문제 등 다양한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도미티카에서의 하룻밤 동안 구호 활동을 위한 정비를 마치고, 아이티로 가는 마지막 육로 이동길에 올랐다.


차량과 차량 사이에 무전기를 나누고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등의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 컨테이너와 짐차 등 총 7대의 차량이 열을 지어 출발했다.


자칫 무료하게 허비될 수도 있었던 8시간 남짓은, 구호 대원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쓰였다. 대원 구성이 다양했던 만큼 서로의 개성도 강했지만, 친절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서로를 배려하고 기운을 북돋우는데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이후 일정 동안 특별한 의논 없이도 각 구호 활동의 영역을 빈틈없이 채웠던 찰떡 궁합은 아마 이 시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동 도중 길에 차를 세우고 빵과 말린햄, 오이로 추정되는 거대한 채소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아이티가 가까워질 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게 또 오랜 시간 비포장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 드디어 도미니카와 아이티 국경에 도착했다.


도미니카 국경문은 간단한 서류심사로 쉽게 열렸다. 이제 곧 아이티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티 국경에서 문제가 생겼다. 국경사무실을 바쁘게 오가는 윤법달 실무 총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 서있기를 15분, 30분. 금방 해결될거라는 믿음과 달리,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4시간이 지나갔다. 희망적이던 대원들의 얼굴에도 막막함이 서리기 시작한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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