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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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4.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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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울 속의 거울 / 박세훈 교무 , (원불교상담연구원)

학교폭력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중학교에서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고, 고등학교에서는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청소년의 발달적 특성, 주어진 과제나 환경, 학교폭력의 실태추이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대변한다.


청소년보호위원회나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의 초·중·고교 학생들의 20% 내외가 학교폭력을 경험한다고 조사되었지만, 교육인적자원부의 실태조사는 지극히 낮은 2~3%라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학교에서 의뢰된 가해학생 중에서 ‘조금 말썽을 일으킨 정도’로 의뢰받아 상담을 해보면 실제는 훨씬 더 심각한 폭력적 위험성과 경험을 가진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학부모와 교사 또한 아이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교사와 가해학생 부모를 만나보면 커나가면서 한 번씩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러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낭만적이 아니다. 학교폭력은 무서운 현실이며 범죄이다. 학교 폭력은 갈수록 성인 범죄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잔인하며 지속적이다. 하교 후에도 방학 중에도 학교폭력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재 학교폭력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더 이상 학교폭력에 있어 안전지대는 없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가해학생이 되든지, 피해학생이 되든지 아니면 방관자가 되든지 말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실태를 보면 10%의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며, 15%의 학생은 다른 학생으로부터 자주 또는 심각한 피해를 당한다. 그리고 30%의 학생은 왕따나 폭력을 해 보았거나 목격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해학생은 성인으로 성장한 후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피해학생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마음에 간직하고 살게 되며, 방관했던 학생은 마음에 죄책감을 앉고 살게 된다. 결국 학교폭력에서는 모두가 피해자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학교폭력의 문제는 기성세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먼저 변해야 한다. 가해학생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폭력은 범죄라는 분명한 명제를 어려서부터 교육시켜서 사소한 폭력이라도 큰 잘못임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 기성세대의 폭력적인 행위들이 결국은 조직폭력이나 학교폭력을 방관하거나 묵인해 왔고, 어떤 면에서는 조장까지 하는 악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우리가 확실히 인정하고 이번 기회에 시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1995년 외아들을 학교폭력으로 잃은 아버지(설립자 김종기)가 다시는 이 땅에 자신과 같은 불행한 아버지가 없기를 소망하면서, 직장도 폐하고 사재를 내어 설립한 단체이다. 만약 김종기 씨가 가해학생의 처벌에만 관심을 두었다면 연간 20,000여건이 넘는 위기상담을 하는 단체는 설립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이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제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분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학교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자녀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자녀에게 호신술을 배우게 하고, 더 나아가 경호원 까지 붙여 준다하여도 여전히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장 느린 것 같지만 가장 확실한 길은 폭력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청소년도 유형·무형의 폭력으로 인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 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비전처럼 이제 우리도 이 비전으로 내 가정 내 직장에서부터 비폭력 문화를 확산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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