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눈도 진리를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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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눈도 진리를 보는구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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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상호 교무의 나를 귀하게 하는 일기공부 4

앞에서 대종사 재세시 동선, 하선을 3개월씩 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특별하게 눈여겨 봐야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당시 선객(훈련참석자) 중에 선비를 마련한 유산자(有産者)들은 하루 내내 정해진 과목과 일과대로 선에 참석했지만, 총부 대중생활을 하면서 낮에 저마다 책임 맡은 일을 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고무공장이나 제사 공장 등에서 일을 하던 제자들은 일과가 끝나고 밤 시간에 함께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간에 이뤄진 훈련과목이 강연·회화·염불이고 참석한 선객의 분포는 유무식·빈부·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참여했을 것입니다.


중순에 2시간씩 당일에 기재한 일기나 글이 해득되지 않은 분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감정하는 회화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당일에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제자는 다행히 그 날을 모면하여 안도의 숨을 내 쉬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 한 사람 빠짐없이 발표해야 하는 지라 이튿날 자기 차례에 발표할 감각감상이나 심신작용처리 건을 소득하기 위해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 놀라운 발견이 있었겠지요. 어제 쓰던 그 눈이요, 그 귀이건만 어제는 아무 소식도 얻을 수 없더니 오늘은 진리가 눈에 보이고 진리가 귀에 들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 내 눈도 진리를 발견하는 눈이로구나. 내 귀도 진리를 알아듣는 귀로구나. 내 마음도 진리를 깨닫는 마음이구나. 내 심신작용도 진리를 작용하는구나” 하고 감격하였을 것입니다.


아마 발표하는 자신도 그랬겠지만, 이를 듣는 사람들도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선에 참석한 사람 중 나이 들고 배운 것 많고 재산이 있는 이들이 혹여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수 있을 터인데, 이 자리는 각자 갖고 있는 외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불성이 본래 구족해 있음을 눈으로 목도하는 장(場)이 되었을 것입니다.


상산 박장식 종사께서 전무출신을 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모친께서 회갑을 당하였는데 가족과 집안사람들을 불법연구회로 인도하시기 위해 “내 회갑은 불법연구회 총부에서 하겠다”고 선언하셨답니다. 장남인 상산 종사는 물론 친척들이 회갑잔치를 치르기 위해 만부득이 총부에 왔답니다. 상산 종사는 총부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지금의 소태산 대종사 성탑 뒤에 산업부가 있었는데, 한 사람이 초라한 행색으로 아궁이 앞에 앉아 소에게 먹일 소죽을 끓이고 있더랍니다. 그게 당신 집에서는 머슴들이 하던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쳤지요. 그날 밤, 대각전에서 야회(법회)가 있다 하여 참석했는데,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조리있게 말을 잘하는지 참 잘한다 싶어 그 얼굴을 찬찬히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처음 온 불법연구회에서 보는 사람인데 어디서 많이 보았을 리가 없죠. 기억을 더듬으니 ‘아하’ 낮에 소죽을 끓이던 그 분이었답니다. 상산 종사는 이 일을 통해 차별없이 영육쌍전하는 도량 ‘불법연구회’를 크고 새롭게 인식하게 되셨답니다.


대종사께서 일기 감정과 강연 시간에는 대종사께서 친히 법좌에 오르시어 갑을병정무불(甲乙丙丁戊不)의 등급으로 평가를 하셨다고 합니다. 대종사님의 동하선 참석에 대한 부분은 원기14년 5월의 익산 본관 근황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종사주께옵서는 때때로 선원에 출석하옵시와, 고상하옵신 법어로써 모든 사람의 이목을 개오開悟케 하시며, 특히 회화·강연 시간에는 반드시 임석하옵시와 등수를 제정해 주십니다.”(원불교 교고총간 1권, p.113.)




원불교사이버교당(www.woni.net)


<마음공부> 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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