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법도 설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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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도 설한 바 없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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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상호 교무의 나를 귀하게 하는 일기공부 6

대종사 7세 되시던 해, 어느 날, 화창한 하늘에 한 점 구름이 없고, 사방 산천에 맑은 기운이 충만함을 보시다가 문득 “저 하늘은 얼마나 높고 큰 것이며, 어찌하여 저렇게 깨끗하게 보이는고.” 하는 의심이 일어나고, 뒤를 이어 “저와 같이 깨끗한 하늘에서 우연히 바람이 일고 구름이 일어나니, 그 바람과 구름은 또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하는 의심이 일어났다.


<교사, 대종사의 발심>에 나온 내용입니다.


원불교는 이렇듯 어린 대종사의 의심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의심을 20여년 궁굴리시다가 마침내 대각을 이루시고 회상을 여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바탕이 되어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밟는 공부인에게 사리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하기 위해 의두요목 20조목을 정해주셨습니다.


의두요목 4조에 “세존이 열반에 드실 때에 내가 녹야원으로부터 발제하에 이르기까지 이 중간에 일찍이 한 법도 설한 바가 없었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라 하셨습니다. 녹야원은 세존께서 처음 설법하신 성지요, 발제하는 열반에 드신 성지입니다. 그 세월이 무려 49년이며, 그동안 팔만사천 무량법문을 하셨는데 법문을 한 번도 하신 바가 없으시다니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일원상과 서가모니불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응한 대종경 교의품 11장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일원은 곧 모든 진리의 근원이요, 서가모니불은 이 진리를 깨치사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스승이시니, 비록 이 세상에 아무리 좋은 진리가 있다 할지라도 그를 발견하여 가르쳐주시는 분이 없다면 그 진리가 우리에게 활용되지 못할 것이요, 비록 서가모니불이 이 세상에 나오셨다할지라도 이 세상에 일원상의 진리가 없었다면 서가모니불이 되실 수도 없고, 또는 49년동안 설법하실 자료도 없었을지라(하략)”라고 하신 법문을 새겨보면 될 일입니다. 다시 말해, 진리 즉 내 본래 마음을 깨달아 얻은 지혜로 비춰보면 법문이 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서가모니 부처님은 “한 법도 설한 바 없다.”고 하셨는데, 대종사님은 3개월 선하는 중에 30일 동안 밤에 2시간씩 가진 회화시간에 제자들에게 “네가 오늘 얻은 법(각자 소득한 심신작용의 처리건이나 감각감상)을 한번 설해 보거라.”하신 것입니다. 발표를 하고나면 감정을 해주셨으니 그 희열심들이 어찌했을까요?


대종사님은 53세에 돌아가셨으니 79세에 열반하신 서가모니불에 비해 26년이나 짧게 사셨습니다. 일제 치하의 기간에 전법을 하신 대종사님께서는 당신이 더 살아계시면 교단의 존립 자체가 어려우실 줄 아셨습니다.


대종사 열반을 일년 앞두시고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정전(正典)의 편찬을 자주 재촉하시며 감정(鑑定)의 붓을 들으시매 시간이 밤중에 미치는 때가 잦으시더니, 드디어 성편되매 바로 인쇄에 붙이게 하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때가 급하여 이제 만전을 다하지는 못하였으나,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그 대요는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나니(하략)”라 하신 <대종경 부촉품 3장> 법문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처럼 26년이나 짧아질 세월 그 아까운 밤 시간은, 당신께서 설법을 다 하고 가시기에도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시간마저 제자들에게 법장을 주며 “네가 한번 말해 보거라.”하신 뜻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를 또한 의두로 남겨봅니다.


그 가르침은 “나에게 한권의 경전이 있으니 지묵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한 글자도 없으나 항상 광명을 나툰다 하였으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하고 밝힌 의두요목 20조에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서 지묵으로 된 경전이란 종이 지(紙)와 먹 묵(墨)으로 된 경전을 말하니 글자와 문장으로 엮어진 책으로 된 경전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책으로 된 경전이 아니라 한 글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책 경전에 담겨 있는 지혜보다 밝은 광명을 가진 경전이 있으니 그것을 찾아보라는 말씀입니다. 대종경 수행품 23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원불교사이버교당(www.woni.net)


<마음공부> 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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