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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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7.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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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류법인 교도의 모스크바의 창

인터넷을 통해보는 한국은 늘 위기인 것 같고, 곧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없는 것 같아 모스크바에 사는 나도 왠지 살아가는 일이, 나이 들어가는 일이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 희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암담함.


농촌은 농촌대로 농사를 망쳐 빚을 산더미처럼 지고 있다고 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폭력과 성폭력, 비관자살 등으로 미래가 없다 하고, 가정은 가정대로 늘 위기상태에 있으며 부부도 이제 믿을 관계가 못 된다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현상을 나열하며 불안감을 조장할 뿐 정작 그 이유나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솔직히 주요 언론의 본질을 외면한 감각적인 사건보도 행태를 보면, 이들이 사람들의 생존본능을 담보로 불안을 조장하여 국민을 우민화시키는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노년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지금, 밥을 굶고, 병원에도 못 가는 방치된 노인들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TV프로를 인터넷으로 볼 때면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우리가 내는 그 많은 세금을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보관이 힘들 정도로 넘쳐나는 쌀을 도대체 어떻게 쓰기에 TV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앵벌이를 한단 말인가 싶어서.


도대체 왜 복지예산을 대폭 줄여버리고 “불쌍한 노인들에게 단돈 이 천원 주기를 주저한다면 넌 정말 인간 막장이야, 전화 한통이면 돼~”라는 투로 보는 이들의 양심을 압박하면서 “저렇게 궁핍한 노년을 보내지 않으려거든 너 스스로 노후자금 잘 챙겨야 한다”고 협박하는가 말이다.


사실 우리 한국은 이제 먹고 사는 문제는 벗어난 사회다. 국가의 부를 분배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정말로 아무 것도 없어서 극빈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손을 써 볼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한 빈곤국가에 가 보면 안다.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없어 병들어가고, 온 동네 사람들이 하루 두 끼 이상 먹는 것이 사치인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의 상실감이나 궁핍감이 얼마나 죄스러운지를.


우리 사회는 비전이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현재 우리가 겪는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본다. 다른 사회가 수 백 년에 걸쳐 이룩한 것들을 단 시간에 이뤄내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식민시대, 전쟁과 분단, 쿠테타와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생존에만 급급했던 우리 사회는 다른 정신적인 요소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역사 앞에 오점투성이인 사람들이 우리 근·현대사의 판을 짜고 이끌어 오지 않았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오점을 감추기 위해 왜곡된 역사를 우리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면서 무수한 사회, 정치 경제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일제식민교육의 독을 빼는 데만 최소 그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했는데 우리는 온전히 그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열악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도 우리국민의 사회 의식은 놀랄만큼 성장했다. 사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장애인 그룹 홈들의 미혼 엄마와 아빠들, 빈곤지역의 공부방 선생님들,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식을 나누시는 분들, 생활인으로 봉사활동에 열심이신 분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무아봉공의 자세로 늘 열심이신 우리 원불교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의 삶을 보더라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만하다. 우리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자벌레처럼 삼보일배로 이 나라 방방곡곡을 어루만지시는 분들과 원불교 서울회관마당에서 한여름 뙤약볕 아래 단식기도를 올리시는 교무님들이 있는 한 우리네 삶은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제발 잘못된 부분만을 부각시켜 한국은 꿈도 희망도 없는 사회라고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만이라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아픔을 보듬어 안으며, 사람 사는 정을 나누는 우리네 이웃들에 대해서, 그 수고로움과 희망에 대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온 세상에 들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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