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와 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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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와 재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7.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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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익선 교무 ,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교단 100주년을 넘어 다음 세기의 진로를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는 재가교도에 의한 교단 내외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다른 종단과는 달리 원불교의 종교적 특징 중의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출가와 재가로 나뉜 성속의 차별을 철폐한 것이다. 오히려 출가중심의 불교교단을 해체하고 출·재가를 막론 불법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자가 그 주인이 되도록 한 것이다. 대종사님께서 과거처럼 한 개인에게 그 깨달음을 전수하시지 않고 불문에 들어선 자는 누구든 법을 다 받아가도록 하신 연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단의 미래는 곧 출가와 재가가 그 각각의 역할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봉은사의 재가운영 상황은 이러한 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재정을 신도회가 담당함으로써 사찰운영에 대한 참여의식은 물론 재정면에서도 더욱 성장했다는 점이다. 재가자들의 능동적인 활동을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가게 봉은사점을 재가자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고 이의 이익금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고 있는 사례는 재가자들의 활동이 불교의 사회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규모가 있는 사찰에서는 재가중심의 연구소를 운영하여 사찰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를 모색하여 이를 불법의 대사회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사찰은 출가자들이 중심이 된 수행과 전법의 도량일 뿐만이 아니라 재가자들의 자발적인 에너지를 모아 주인의식을 확산시키는 한편, 출가자들이 독점했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함으로써 출재가 각각의 고유한 역할을 회복하는 거점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미 현대적인 불법을 주장하는 교단이 이미 기획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교당에서도 출재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불교계 못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있기도 하다.


재가자들의 활동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불법을 자기화하는 능력을 스스로 구비하고 있음을 이러한 경험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현재 교당은 물론 출재가의 역할과 구조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의 전법의 중심이 된 기원정사를 희사한 급고독(給孤獨) 장자는 부처님께 자신의 재산을 희사한 것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 대해 많은 선행을 베푼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는 부처님의 자비에 대한 가르침에 바탕한 것이기도 하지만 재가자들이 사회와 더불어 어떻게 불법과의 융화를 꾀하고 있는가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교단 초기의 많은 재가 선진들도 교단창립에 온 심신을 바치는 한편, 주위의 인연들을 이 불문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떻게 노심초사 혈성을 다 했는지 우리는 교사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다. 재가자들이 단지 불법의 수혜자가 아니라 불법의 주인공으로 제 각각의 역할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음을 교단의 역사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출가자가 여법(如法)한 삶에 바탕하여 법의 등불을 지키는 구심의 역할이라면, 재가자가 불법의 보편화를 향한 원심운동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불법 그 자체의 생명력에 바탕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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