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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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평화의 물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9.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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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대선 교무 ,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지난 6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원불교,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5개 종단의 종교인 528명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란 이름으로 ‘남북 정상 회담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거의 중단된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색된 남북관계의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틔우고자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우리 종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6,17 기자회견 이후 정부는 종교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 하였으나 종교인들이 계획한 밀가루 300톤 북한 지원을 안타깝게도 두 달 가량이나 미루다가 8월 27일에야 방북허락을 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수해로 개성, 신의주, 흥남 지역에서 인명피해, 농경지 침수 등의 큰 피해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북한의 식량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번 수해가 북한은 아니더라도 국제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900만여 명이 심각한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WFP는 북한에 대한 외부지원 감소로 9월이 되면 유엔의 북한 지원 식량이 모두 바닥 날 것이며, 실제 북한의 수요보다 25%가량 식량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우리 종교인 모임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단을 내려 오늘 이렇게 조그만 분량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부는 최근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평화공동체 건설을 먼저 실천할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우선이고 기본이라고 봅니다.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인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방북인들은 밀가루 300톤이 북한 개성시(개풍군 포함), 황해북도 장풍군, 금천군과 황해남도 배천군, 청단군, 연안군 등 총 6개 지역의 유치원, 탁아소 어린이에게 전달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설렘과 희망으로 일정에 임하였습니다. 최근 여야 정치인들이 제안하는 북한 쌀 보내기 등의 인도적 지원을 정부에서 적극 수용하여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살리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실현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개성시 봉동역에 지개차로 2시여 간 동안 하역하였습니다.


개성공단을 지나 개성 시가지를 지나 봉동역까지 오면서 수해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방북인들은 북측의 민화협 관계자와 하역 후 탁아소 방문을 강력히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천안함 사태 이후 민간인 교류가 개성공단을 벗어나 개성 시가를 경유하여 인도적 지원물품이 전달되었다는 사실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민간단체와 종교계에서도 긴급구호지원에 이어 적십자나 정부에서도 후속조치가 이뤄지리라 확신합니다. 또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개성, 금강산 관광도 다시금 이어져야 민족공동체가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이번 인도적 지원에 우리 종교인들은 인류에 대한 조건 없는 자비와 은혜를 실천하는 것을 사명감으로 임하였습니다. 가장 가난하고 굶주린 자를 위하는 것이 곧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을 보여준 인욕의 결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의 고통이 해결되고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되는 그 날까지 출·재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을 다해 줄 것을 바랍니다. 밥이 생명이요, 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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