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상태바
한방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0.21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민 기자의 단어 너머 세상



군대를 소재로 한 개그코너를 보고 ‘빵 터졌다’. 미국교포인 후임이 ‘미쿡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같은 멘트로 고참의 명령에 불복하는 컨셉이었는데, 그 ‘고문관’의 명대사는 ‘빗자루 니가 들고 있으니 내친김에 니가 하면 되겠네’, ‘그렇게 설명할 시간에 잘 아는 니가 하면 되겠네’ 등등 이었다.


이게 웃기는 이유는 명쾌하다. 무조건 시켜대고 죄어대는 이 현실에게 ‘한방’ 쏘아주니까, 웃기면서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이다. 사실 딱히 틀리지도 않으며 효율적이기까지 한 교포 후임의 멘트는, 가난한 사람 무시하고 법망도 피해가는 권력(혹은 돈) 있는 이들이 빚은 이 답답한 사회에 던지는 유쾌한 반항이다.


그런 면에서 몇 년 전 ‘회장님의 방침’이란 코너는 그 시의성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작렬하는 몸개그 속에도 그 사회상이나 권력의 행태를 반영하고 또 비틀고 꼬집어야 진정한 인기를 얻는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르몽드디끌로마띠끄 편집인인가가 ‘한국 시민운동은 웹툰작가들이 다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촛불집회 때부터 많은 공감과 참여를 이끌었던 시민의식을 강풀작가가 새 연재 웹툰에 풀어내는 의지와 솜씨는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웹툰작가들이 시민운동을 이끄는 동안, 개그맨, 혹은 개그프로그램들이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사회비판은 그 무게가 만만찮다. 이제는 ‘무O도전’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사회적인 의미를 찾아내 공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버렸다.


정부든 공무원들이든 점점 서민들(이제는 서민들 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놓고 볼모로 잡은 듯도 하지만) 숨통을 쥐어올 때, 놓치기 쉬운 문제들을 잘 버무려 웃음 속에 전달하는 개그 프로그램들, 주옥같은 코너들과 연기자들.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새겨진다. 가려운 곳 긁어주고 생각할 거리들을 자꾸 던져주는 그들의 ‘한방’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TV 앞에 앉는다. 그림:강풀 연재작 ‘당신의 모든 순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