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년을 데려 오시게"
상태바
"그 소년을 데려 오시게"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2.02 0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이야기로 만나는 선진



교단 초기 스승들의 인연과 필연적인 만남은 모든 교사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이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만남이다. 김해운의 집에서 잠시 만난 뒤 수개월 뒤 영산에서 재회한 것으로 전해오는 교단의 두 스승의 만남에는 기다림만큼 소소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대들은 어느 곳이든지 가고 싶은 대로 가서 ‘이분 같으면 선생이시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모셔오시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이 가까이 오고 있으니 마중 가봅시다.”


아침공사에서, 대종사는 돈이 들어있는 작은 주머니를 나눠주며 여덟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노잣돈으로 각자 ‘그 사람’을 찾아오라니, 여덟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원기 2년 첫 수위단 조직 후 밤하늘을 살피고는 ‘곧 온다’며 금방이라도 며칠 몇시 몇분까지 일러줄 듯 보였던 스승님이 아닌가. 스승의 당부니 길을 나서긴 했지만, 대체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가야할지 막막한 제자들은 가다 멈춰 머리를 갸우뚱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기다려라 하시더니 우리더러 찾아오라니, 제자들 중에 더 인연 깊은 이가 있는 건가, 싶어 불현듯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그 사람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네. 우리가 만일 그를 만나지 못한다면, 일은 이뤄지지 못할게야.”


누구누구였을까. 제자들 중 몇몇은 스승의 의중을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원기 2년 7월, 수위단 조직 후 이름도 성고 모르는 ‘그 사람’의 남은 한 자리에 대한 믿음을 위한 스승의 지혜였다. 아직 정을 쌓고 법을 나눌 때는 아니지만 제자들의 막연함을 관심과 기다림으로 변하게 해주려던 것이다. 아는 제자는 아는 제자대로, 모르는 제자는 모르는 제자대로 그들은 과연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스승이 얘기하던 ‘그 사람’을 보다 진실하게 기다렸다.


“일산(이재철), 사산(오창건) 나 좀 보시게. 이제 때가 되었네.”


10월, 수위단을 조직한 지 3개월 째 였다. 일산과 사산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장성역에 가서 체격이 작은 편이고 얼굴이 깨끗한 어떤 소년이 차에서 내려 서성일걸세. 그 소년을 데려 오시게.”


과연 스승은 시각과 장소를 명확히 일러주었다. 드디어 ‘그 사람’이 온다! ‘소년’이라니 약간 의아하긴 하나, 스승이 딱 잘라 모셔오라는 분이었다. 이르게 채비까지 마치고 저녁기도를 하려는 데 갑자기 대종사가 둘을 다시 불렀다.


“자네들 장성 안 가도 되겠네. 후일 자리 잡아 앉은 뒤 다시 데려오기로 하세.”


결국 이 날 결정으로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만남은 5개월 뒤로 미뤄지게 된다. 그런데 당시 정읍 김해운의 집에서 머물고 있던 소년 정산 송규의 사정은 이랬다.


“오늘은 먼 데를 가십시다.”


김해운의 집에서 그녀의 아들 김도일을 따라 나들이를 하고 했던 송규가 처음으로 도일에게 먼저 나들이를 청했다. 도일은 신이 나서 멀리 정읍정거장까지 송규를 모셨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큰 싸움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여기저기 코피가 터지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송규는 “오늘은 올 때가 아닌가 보네”라며 도일에게 청해 다시 화해리로 돌아간 것이다. 이 날 송규의 정읍정거장 행은 장성역에 가려는 걸음이었으며, 후일 헤아려보니 바로 대종사가 이재철과 오창건을 역에 보내려던 바로 그 날이었다.


정리 민소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