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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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여성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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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논단 / 조원공 교도 , (우철, 원남교당)

선사시대 인류는 군혼시대로 모계관계만 추정이 가능한 여성우위의 모계사회였다. 여성은 지배적 위치에 있었고, 남편이 늙거나 죽으면 젊은 남자를 취하는 형태였다. 그 흔적은 남편이 죽자 자식과 결혼한 그리스의 오이디프스신화나 고구려의 고국천왕이 죽자 그의 아우를 택하여 결혼하고 왕으로 내세운 우씨 왕비, 그리고 현대는 티벳 나시족의 일처다부제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는 가부장적인 부족국가가 출현하면서 건국의 국태모로 내려 앉는다. 우리의 단군신화의 곰할머니, 로마의 건국시조인 로물루스의 어머니인 실비아 등이 그 예이다. 여성의 지위는 더욱 격하되어 악의 근원으로까지 전락하게 되는데, 세상에 모든 질병과 불행을 퍼트리게 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최초여성인 판도라와 사탄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 먹었어 인간을 천국으로부터 쫓겨나게 한 성경의 이브 이야기가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여성 폄하는 종교가 신화와 토속적인 신앙으로 벗어나 체계화 되었어도 그대로 이어진다. 기독교의 경우, 여자는 탄생부터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남성의 종속물이었으며, 디모데전서는 ‘여자가 정절을 가지고 믿음과 사랑의 거룩함을 다하면 구원을 얻으리라’라고 하여, 정절로 여성에게 족쇄를 채워 억압하는 가부장적 체제를 굳히고 있다. 부처님은 ‘여자는 자제력이 없다 … 여자는 지혜가 적다”라고 하시며, <비구니 팔경법>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시었는데, 이는 여성을 차별하는 족쇄라고 비판 받고 있다. 또한 애욕과 성적 충동을 억제하라는 부처님의 금욕에 대한 태도가 잘못 해석되어, 여성을 멀리하고 차별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비하적 사고는 더 나아가 여성을 남성을 파멸시키는 존재로 까지 보고 있다. 기독교의 삼손을 파멸시킨 데릴라, 불교의 불지품에 나오는 진묵대사의 이야기는 여성은 남성을 파멸시킨 성적인 존재로 부각하고 있다. 원불교에서도 선원수훈장에 ‘여색 구하는 데에나 몸을 잊으며’라는 구절은 이러한 맥락이라고 보겠으나, 대종사님께서는 ‘남자는 너그러우나 견실성 부족, 여자는 주밀하나 용납성 부족하다’라고 남녀의 특징 차이를 언급하셨지만, 여성을 차별하거나 폄하하지는 않으셨다.


대산 종사께서는 종교별 근본정신을 부처님은 자비, 예수님은 사랑, 원불교는 세계주의와 평등으로 구분하시었다. 이러한 특성에 다른 여성관의 차이를 타락한 창녀에 대한 일화로 비교해보고자 한다.


누가복음 7장에 예수님이 주변 사람들이 빈정거리는 것을 개의치 않고 ‘죄가 많은 사람일수록 깨우치면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하시며 창녀에게 사랑을 베푸셨다는 구절이 있다. 이 예수님의 사랑은 아가페적인 사랑이다. 즉 절대자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신앙의 깊은 경지에 도달하여야 베풀 수 있는 사랑이기에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보편적 사람은 접근하기 어렵다. 그리고 부처님은 남편에게 배신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하여 창녀가 된 연화색녀에게 ‘남편에게 복수한다면서 수많은 여자들이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을 뉘우치라’고 설법하여 그녀를 출가시키셨다. 이 부처님의 자비도 절대자인 부처님이 중생을 포용하는 자비인 것이다. 자비는 원래 윗 사람이 베푸는 것이기에 평등하거나 보편적이지 않다. 대종경 실시품 7장에 창부 몇 사람이 입교하여 내왕하는 것은 꺼리어 오지 못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사뢰자, 대종사께서 “…그러한 중생일수록 더 반가이 맞아 들여라…세상에는 사람의 고하가 있고 직업의 귀천이 있으나, 불성에는 차별이 없나니, 이 원리를 알지 못하고 다만 그러한 사람이 내왕한다 하여 함께 배우기를 꺼려한다면, 도리어 그 사람이 제도하기 어려운 사람이니라”라고 하시었다.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타락한 창녀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었다면, 대종사님은 창녀라는 점보다는 보통 사람과 같은 인격체인 여인으로서의 평등한 대우를 강조하고 계시다.


현실을 뛰어 넘어 신앙의 경지인 아가페적인 사랑이나 자비는 평등의 문제가 매몰되기 쉽다. 특히 여성 차별의식문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기 보다는 신앙으로 뛰어 넘어야 할 문제로 부각되기 쉽다. 그러나 원불교는 사요의 38개 조목중 8개 조목이 남녀평등사상, 여성의 권익신장, 여성교육양성과 능력개발 등 여성문제의 본질적인 문제점의 개선과 남녀평등을 위한 체계적인 실천 강령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부처님과 예수님도 남녀평등의 뜻을 가지셨지만 그 뜻이 구체적이고 실천적이지 못하였기에 후세의 제자들이 실천으로 접목시키지 못한데 있다. 어느 종교도 교전과 성경에서나, 그리고 가시적으로 원불교와 같이 완벽하고 체계적인 남녀평등의 실천 강령을 가지고 실천하는 종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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