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같은 분, 교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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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같은 분, 교무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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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해윤 교무의 교정교화이야기 13

어느 날 은혜의집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다음과 같은 편지가 올라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 교무님. 원종입니다. 우연히 문득 생각이 나서 길 교무님 법명을 네이버에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은혜의집을 검색해 보니 이런 곳이 있네요. 어제 처음 이곳을 알게 되고 연락이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길 교무님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오늘 다시 마음을 추슬러 이곳에 들어와 교무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길 교무님 그렇게 아파 누워 계실 때 무책임하게 찾아뵙지도 못했던 지난날들이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며 문득문득 죄책감으로 예전의 일들이 생각이나 가슴 찢어지게 괴롭고,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습니다.‘헌산 길광호 교무님’, ‘헌산중학교’ 아~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고, 더욱 그 분을 생각나게 합니다. 제겐 길 교무님 그리고 강 교무님 모두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편지를 보낸 원종이와 세웅이는 벌써 20여년 전 쯤 은혜의집이 소년원 퇴원생을 위한 청소년 쉼터를 막 운영하기 시작하였을 무렵에 함께 동거동락을 했던 아이들이다. 친구인 두 녀석을 함께 데려다 놓으니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었던 “그들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라고 해야 할까? 쉼터라고 해야 따로 집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같은 방에서 모여서 밥 먹고 자고 해야 하니까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운전면허도 없는 어린놈들이 승합차를 몰고 나가서 사고까지 내고, 물건이고 먹을 것이고 닥치는 대로 없어지고, 무슨 물건이든지 이들의 손을 거치면 망가졌다. 전화요금은 근근히 살아가는 빠듯한 우리 살림을 거덜 내려 하고, 인근 교당에라도 데려가면 조심조심 눈치 보이는데 거기까지 가서 말썽 부려 놓는다. 그들의 놀이 중에 잠근 열쇠 따기는 심심풀이로 하는 장난이다.


그런 그들이지만 일년 반이 넘는 동안을 함께 살았다. 우리도 참 인내 했지만 그들도 많이 인내한 셈이다. 한 녀석은 일찍 취직을 해서 나가고 원종이는 그 후에도 소년원을 한번 더 다녀왔는데 그럭저럭 나이가 들어 스무살이 넘어 갔을 무렵 은혜에 집에 다시 온 원종이는 한울안신문을 맡고 있던 우세관 교무를 따라 신문사 일을 했다. 그래서 교당 청년회도 나가고 다른 청년들과도 잘 어울렸는데 아쉽게도 길광호 교무의 발병과 우세관 교무의 이동으로 그를 돌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지자 그가 간 곳은 다시 교도소였다. 그리고 연락이 되지 않은지 10여년이 넘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는 초등학생이 된 아들을 비롯하여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부산에서 이동통신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자기 가게에 인근교당 교무님이 고객으로 오셨던 적이 있다며 부산에 언제 꼭 한번 다녀가라는 전화를 했다.


어느 날 버릴 뻔한 쭉정이 같은 씨앗을 땅에 묻어 두고 잊어 버렸는데 새봄이 되어 돌 틈을 뚫고 올라온 들풀처럼 그 씨앗은 싹을 틔우고 줄기를 키우며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법신불전에 매일 매일 비는 기도처럼 한 때의 잘못으로 어둠에 쌓여 있는 모든 이들이 큰 희망으로 거듭나기를 빌어 본다.


은혜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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