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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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음 찾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2.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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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영진의 청년 개벽짓기 9

문득 사라진 기억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경계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면 난 다시 시간을 타고 거슬러 내려가 그 순간의 온 느낌을 소나기처럼 맞는다.


예전에는 비나 눈을 맞는 게 참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우산을 꼭꼭 챙겨 쓰게 된다. 간혹 어깨로 튀는 물방울조차 시려 우비를 입고 나갈 때도 있다. 이런 철통방어에 화가 났는지 하늘은 근래 들어 더욱, 거칠게 비와 눈을 쏟아 붓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여러 훈련 중 내가 가장 두렵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어린이 훈련이다. 얼마 전 새삶어린이훈련을 마치고 아이들을 보내며 아쉬움보다는 해방감을 느꼈던 내 마음에 잠시 불을 밝혀본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아이들은 우리를 기쁘게도 해 줬지만 오히려 경계가 되는 때가 많았다. 왜 저 아이는 말을 안 듣는 걸까. 왜 저 아이는 저렇게 말썽을 부리나. 처음에는 혼도 내고 화도 내 봤지만 변화가 되질 않았다. 이제 그런 아이들을 보면 아무 말 없이 그 아이의 시간 속으로 나의 모든 생각과 느낌을 맡기게 된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들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자꾸만 잃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전심의 이해 없이 우리의 뜻대로 그들을 바꾸려고만 하기 때문에 잘 되지 않으면 화가 나서 혼을 내게 된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그 마음을 알아채서 더 꽁꽁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우산을 쓴 거인은 그들에게 두렵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이다.



대산 종사님께서는 나는 소제(小弟)요, 소동(小童)이요, 소자(小子)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자신을 낮추고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되고자 하는 것. 천심이요, 도심이요, 불심이다. 이 마음을 잃으면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약육강식의 패러다임으로 흘러간다. 문명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풍요를 안겨 주었지만 올바른 도덕에 바탕 하지 않은 문명의 이기는 사람에게서 천심을 앗아갔다. 지칠 대로 지친 자연은 부스러진 살비듬의 폭설로, 오염된 침출수의 눈물로 그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사람들이 천심을 찾을 때 그 안에서 피어나는 것은 무한한 창의성이다. 맑은 하늘은 마치 빈 도화지 같아서 그리고 또 그려도 새로운 공간들이 넘쳐난다. 우리 청년들도 이러한 하늘 마음으로 돌아가, 교법을 활용하여 새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적 제도 마련에 주력한다면 자연도 다시 눈물을 거두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돌아보면 스쳐왔던 인연들도 참 많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 그들은, 빗물처럼 내 온 몸을 적시고 갔다. 가장 말을 안 듣던 아이가 짧은 기간에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그동안 지친 마음은 모두 사라지고 나는 어느새 또 다른 아이를 찾아 나서게 된다. 아마 그 마지막 아이는 내 자신이 되리라.


원남교당·새삶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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