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지 않는 복과 죄는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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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지 않는 복과 죄는 주지 않는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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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4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고, 사람은 짓지 않은 죄를 받지 않나니라. 天不降不作之福 人不受不作之罪」(법어 법훈편 64장)



부처님 당시 인도 코살라왕국의 파세나디왕이 낮잠을 자다가 우연히 두 내관(內官)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는 오직 임금님만을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네.”


“난 그렇지 않아. 모두가 내가 짓고 내가 받는 업력(業力)일뿐이지.”


이 말을 들은 왕은 자신을 의지해서 산다는 쪽이 기특하고 정이 가서, 남몰래 상을 주려고 왕비에게 간단한 편지를 썼습니다.


‘이유는 묻지 말고 지금 이 서찰을 가지고 간 내관에게 듬뿍 상을 내려주오.’


이윽고 왕은 그 내관을 불러 왕비에게 이 서찰을 갖다드리라며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그가 서찰을 가지고 왕비의 처소로 가려는데 갑자기 코피가 주루룩 쏟아졌습니다.


그는 동료 내관에게 자기대신 심부름 좀 해달라고 부탁했고, 왕비는 서찰을 가져온 내관에게 두둑이 상을 주어 보냈습니다.


왕이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말했습니다.


“자기가 지어놓은 업이란 어쩔 수 없구나!”



누구든지 자기가 이미 지은 업보는 누군가와 바꿀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주변 독재국가에 퍼지고 있는 대규모 시민저항운동은, 이제 역사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독재자들에게 재앙을 내리고 있습니다. 오직 자기들만 잘 살기 위해 대부분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에게 끝없는 희생과 인내를 강요해 온 그들이 갈 곳은 이제 없어 보입니다. 자작자수(自作自受), 자기가 지은 것을 자기가 받는 인과의 진리가 참으로 무섭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생활 가운데 불교적 관념이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중엔 물론 불법의 핵심을 이루는 공(空-不生不滅)의 가르침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역시 <인과응보>라는 개념입니다. 생각해보면 별로 길지도 않은 인생길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마음과 뜻대로 순조롭지 못한 것은, 우리가 힘껏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는 과거 우리 각자가 이기심으로 심어놓은 숱한 악업(惡業)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면서 우연(偶然)이라는 이름으로 마주치는 많은 불운(不運)과 재난(災難)이 실은 겉으론 보이지 않는 인과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TV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세계 각처의 참상(慘狀)은, 지난 세월 저마다 지어놓은 업(業)인 동시에, 또한 우리가 이생에 지은 죄로 인하여 앞으로 미래에 받게 될 ‘나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오직 ‘나와 우리만’을 위하여 다른 이들을 이용하고 쉽게 업신여기며, 그나마 인간이 아닌 동물의 목숨은 초개(草芥)같이 여기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어찌 추호도 어김이 없는 인과의 법칙을 피해갈 수 있겠습니까. 제나라 국민들에게 비행기로 폭격을 퍼부으면서까지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는 저 독재자들만 가련한 게 아니라, 인과의 진리를 배웠어도 미래에 받을 과보를 두려워하지 않고 탐욕과 이기심을 놓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이 불쌍한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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