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인생
상태바
나약한 인생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3.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나우와 함께하는 마인드 스터디 6

일본열도에 참으로 큰 재난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해일과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물질적 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원자력 발전시설까지 사고위험에 처하여 일본 국민들은 가히 극한의 공포와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안타깝게 스러진 숱한 희생자들과 실의에 잠긴 이웃나라 국민들에게 깊은 애도와 한없는 위로를 보냅니다. 이 참담한 시련이 어서 멈추고 가혹한 고통이 얼른 물러가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금요일, 대참사가 처음 뉴스로 전해진 날 저녁, 업무상 알고 지내는 한 독일 엔지니어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인간이라는 것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이 엄청난 자연의 힘은 무엇일까? 도대체 누가 보스(boss)인가?” 그의 짧은 메일에는 상상할 수 없는 재난에 대한 놀라움, 슬픔과 함께 위와 같은 탄식이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노자 도덕경에서 본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그 어떤 사랑도 미움도 없기에) 세상만물을 마치 짚으로 만든 강아지처럼 여기느니라.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가 운행하는 것은 인간 혹은 그 어떤 생물들에게 유익을 주려고 계획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가뭄과 홍수, 혹한과 혹서, 지진이나 폭풍은 천지가 생명체에게 어떤 이로움이나 해로움을 안기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이불리(利不利)를 떠난 사(私)없는 진리의 작용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천지가 움직이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바탕[本質]이 참으로 텅 비어있기[眞空] 때문입니다. 인류가 겪는 이런 자연재해도, 슬프지만 천지가 행하는 응용무념의 도입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처럼 우주의 자가운행이며, 성주괴공에 따른 자연의 변천입니다.


이처럼 천지는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운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실 우리인간이 천지자연의 운행도수에 맞춰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 우주와 자연현상에 대해서 ‘감사해야 할’ 부분과 ‘조심해야 할’ 부분을 함께 알고 살아나가는 것이 참다운 지혜이며 올바른 성품의 작용입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대해서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를 믿고 인과보응(因果報應)의 원리를 따라 순응하여, 가슴 아프지만 단지 원망과 증오로써 자신을 더 괴롭히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재난은 늙음과 병듦과 죽음입니다. 그중 죽음은 누구에게나 슬픈, 근원적인 숙명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언젠간 닥칠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주요법문 중에는 죽음이 닥칠 때 황망(遑忙)하여 후생을 그르치지 않도록 생전에 자기 천도(遷度)를 잘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것은 평소에 착(着)을 놓는 공부입니다. 정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길에서, 분별주착 없는 내 자성(自性)을 찾고 또 지키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삶의 끝에 이르러 나는 과연 어찌 되겠습니까. 저 참혹한 천재지변이 우리에게 “네 안을 살피고 삶을 돌아보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라도현(과천교당) now_sun@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