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망금린 , - 삼성의 그물을 찢고 나간 금빛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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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투망금린 , - 삼성의 그물을 찢고 나간 금빛 물고기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3.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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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덕권 교도의 청한심성

삼성이 설봉 화상에게 물었습니다.


“그물을 찢고 나온 물고기는 무엇을 미끼로 해서 잡아야 합니까?”


“그대가 그물을 찢고 나오면 알려 주겠다.”


“일천 오백 대중을 거느리시는 화상께서 말머리도 알아듣지 못하십니까?”


“노승이 절 일에 바쁘다보니….”


노자 도덕경 제73장에 보면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이라는 말이 나옵니다.‘하늘그물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라서 탁 트여 모든 것을 통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것 하나 놓치지도 아니 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잘 짜여 진 그물과 같아서 죄를 짓고서는 숨을 곳이 없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평생을 이 그물 속에서 살면서 하늘을 속이려 들지만 그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 명심보감 천명편(天命篇)에도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획죄어천(獲罪於天)이면 무소도야(無所禱也라’ 즉,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참 성인들께서는 생각하시는 것이 어쩌면 똑 같으신지 모르겠습니다. 표현만 다를 뿐이지 내용은 한 가지가 아닐 런지요?


그러면 우리 수도인이 이 그물에서 벗어난 금물고기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한 마디로 이 그물을 찢고 나올 수 있는 깨달음과 법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평범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범부로서는 한치 앞도 앞으로 나아 갈 수 없습니다. 일반 도량형으로는 잴 수 없는 사람(過量底人) 정도의 그릇은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옛날 부산 선암사에 혜월(慧月)이라는 스님이 계셨답니다. 평소 많은 전답을 개간하셨는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의 꼬임에 빠져 논 서 마지기를 두 마지기 값만 받고 팔았습니다. 제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스님에게 해약을 하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혜월 스님께서 한 마디 하셨답니다.


“자네들의 계산법이 참 이상하네. 두 마지기 값을 받고도 논 서 마지기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것이 남는 장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논이야 누가 경작을 하던 그대로 있는 것이니, 당신의 계산법으로는 두 마지기 값을 벌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이 혜월 스님의 계산법은 세속적 잣대로는 잴 수 없는 큰 도량입니다.


우리 원불교 대종경 불지품의 23장 전체가 새 부처님의 말씀과 행적으로 범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언행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계십니다. 한 장 한 장이 범부의 생각으로는 계산이 안 되는 셈법이지요. 그 중 제 20장을 예로 들어봅니다.


새 부처님께서 하루는 조송광과 전음광을 데리시고 교외 남중리에 산책을 하시는데 길가의 큰 소나무 몇 주가 심히 아름다운지라 송광이 말하기를 ‘참으로 아름다워라, 이 솔이여! 우리 교당으로 옮기었으면 좋겠도다.’하거늘, 새 부처님 들으시고 말씀 하시기를 ‘그대는 어찌 좁은 생각과 작은 자리를 뛰어나지 못하였는가. 교당이 노송을 떠나지 아니하고 이 노송이 교당을 떠나지 아니하여 노송과 교당이 모두 우리 울안에 있거늘 기어이 옮겨놓고 보아야만 할 것이 무엇이리요. 그것은 그대가 아직 차별과 간격을 초월하여 큰 우주의 본가를 발견하지 못한 연고니라.’하셨습니다. 참으로 큰 우주의 본가를 내 집으로 삼고 사시는 대자유인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물고기가 그물을 찢고 나올 정도면 보통의 물고기가 아닙니다. 물론 여기서 금빛 물고기(金鱗)는 실제로 그런 물고기가 있다는 뜻은 아니죠. 일체의 번뇌와 망상, 생사와 속박, 애증과 갈등의 그물을 찢어버린 대원정각(大圓正覺)의 부처님, 대 자유인을 상징한 말일 것입니다.


옛 선사가 송(頌)하시기를 「그물을 찢는 황금빛 물고기/ 물속에 조용히 있을 리 없다 / 하늘을 흔들고 땅을 휘저으며/ 지느러미를 떨치고 꼬리를 흔드네 / 고래가 뿜는 파도는 천 길이나 날고/ 우레 소리 진동하니 회오리바람 인다 / 이 호쾌한 소식을 아는 이 몇이나 될지.」라 하셨습니다.


적진을 휘젓고 다니며 북을 찢고 깃발을 빼앗으며, 백 천 겹의 포위망을 빠져나오고 호랑이 머리에 올라타서 꼬리를 잡는 솜씨가 있더라도 아직 선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군요, 아! 언제나 진리를 깨달아 그물을 찢고 나오는 금린(金鱗)이 될 수 있을 런지 아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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