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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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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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야기로 만나는 선진

강연은 제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기도, 어려워하기도 한 공부였다. 열흘간 말미를 주고 누구에게나 순번이 돌아가게 했는데, 태반이 남들 앞에 처음 나선 경우였다. 특히나 사회활동이 거의 없었던 부인들 차례가 오면 발을 쳐서 가려주기까지 했으니, 강연이 끝나면 더러 섧은 통곡소리가 나기도 했다.


원기 10년 제 1회 정기훈련인 을축하선이 전음광의 집에서 열렸다. 선에는 원래 부인들만 참석했는데, 강연만큼은 총부에서 엿을 고던 남자들도 와서 듣게 했다. 본디 강단이 있고 비위도 좋던 이원화가 열흘을 꼬박 외워 강단에 섰다. 강단 이어봤자 사과 궤짝을 탁자 삼아 청중들 앞에 선 것인데, 더듬더듬 마친 이원화는 자리로 돌아오며 울기부터 했다. ‘대종사님이 엿장수들 앞에서 창피 주려고 강연 시켰다’는 원망심은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많이 배운 제자도 있고 적게 배운 제자도 있었다. 대종사는 이를 헤아려 노력이나 실천 여부에 점수를 매겼다. 점수는 갑(甲)에서 정(丁)까지로, 그럴 듯 하게 들려도 알맹이가 없을 땐 “아무리 반찬 가지 수가 많아도 젓가락이 갈 데가 없으니 먹잘 것 없는 밥상이다”라며 정(丁)을 주었다. 반면에, 일자무식 농부의 무식한 소리라도 노력과 실천성이 있으면 “갑중에서도 12갑이다”라며 칭찬해 주었다.


각각 점수를 매기니 순위가 명확했다. 때때로 그게 불만이 되고, 시기와 질투도 생겨났다. 한번은 각자 혼자서 준비를 하던 강연자 한명이 조실에 왔다. “아무개는 모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하니 점수가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연마해 발표하는데 그건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대종사는 가만히 대답했다. “그럼 너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


원기 25년 제 1회 교도 교리강연대회에서 1등은 영광(영산)교당의 이병오, 2등은 남부민교당의 김웅섭과 이리교당의 이세옥, 3등이 경성(서울)지부의 황정신행과 총부의 최상옥이었다. 이때 당시 15세이던 김정용이 10갑을 받아 특상을 차지했는데, 참가자들 중 가장 어린 나이였으나 송도성이 써준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원고를 잘 소화했던 것이다. 허나 황정신행과 성성원은 이 점이 못내 서운했다. 서울에서 현대교육을 받은 지식여성으로서 시골 사람들에게 1,2등을 빼앗겨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이동진화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 후 서울에 온 대종사에게 말했고, 대종사는 둘을 불렀다.


“설사 교무가 대신 써줬다고 하자. 그래서 너희들이 듣기에 잘 하더냐 못하더냐? 장내의 분위기와 대중의 감동에 따라 판정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이라도 배우기 위해 교무를 얼마나 쫓아다녔을 것이냐. 그것이 얼마만한 정성이고 공부였을 것이냐. 너희들은 그만큼이나 배워서는 그만한 이해심과 아량심도 없느냐. 알 만한 사람들이 그렇게 속이 좁아 어떻게 수행할 것이냐. 내가 배웠네, 지식여성이네 하는 아상부터 버려야 하지 않겠느냐.”


호된 꾸지람에 황정신행과 성성원은 크게 뉘우치고 깨달았다. 만인을 부처로 모시고 고루 배려하며 독려한 대종사의 큰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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